김난도 "코로나가 바꾼건 트렌드의 방향 아닌 속도…그 중심엔 MZ세대가"

김은비 기자I 2020.10.14 06:00:00

''트렌드 코리아 2021'' 출간
''카우보이 히어로''로 10가지 키워드
"언택트 시대에도 결국 사람의 힘 중요"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코로나가 바꾼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은 현재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같이 분석했다. 전례 없는 전염병 상황에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부터 14년간 매년 10개의 키워드로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제시해 온 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1’(미래의 창)로 그 방향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13일 온라인 줌을 통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초로 2021년도 트렌드 키워드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2021년 키워드 선정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지금껏 발표했던 키워드 140여개를 쭉 훑어보면서 그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단어들 중에 올해 코로나 사태 속 각광받은 키워드가 꽤 많다는 것이다. 2009년 취미활동이 늘어난다는 ‘빅 캐시카우’, 2010년 동네의 중요성을 강조한 ‘떴다, 우리동네’ 등이다. 이런 흐름을 살펴본 그는 “코로나는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며 “기존에 있었던 트렌드의 진행 속도를 굉장히 빠르게 했을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 교수는 2021년 소비 흐름을 ‘카우보이 히어로(COWBOY HERO)’로 요약했다. 주요한 10개 흐름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가장 먼저 그는 ‘V-노믹스’를 키워드로 선정했다. 바이러스가 초래한 경제와 소비의 변화를 의미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별로 명암이 교차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는 계속해서 ‘속도’를 강조했다. ‘거침없이 피보팅’, ‘롤코라이프’ 등의 키워드가 이를 대표한다. 김 교수는 “스포츠에서 중심축을 옮긴다는 뜻”이라며 “소비시장이 급격히 변할 때 비즈니스 모델의 기민한 변화는 조직의 생사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피보팅(Pivoting)에서는 속도와 핵심역량, 하드웨어, 타겟 등 무엇을 축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PC방 음식 배송은 핵심역량 피보팅에 해당한다.

소비 트렌드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빠르게 변화한다. 김 교수는 “1일 1깡, 챌린지 유행 등 콘텐츠를 갖고 즐기고, 이색 콜래보에 열광한다”며 편의점 CU가 선보인 ‘단군신화상품’과 농심에서 선보인 ‘RtA 라면’ 등을 예로 들었다. 철저한 기획을 한 메가 히트상품보다는 잠깐 냈다가 빠르게 철수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빠른 변화의 중심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MZ세대가 있다.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을 이르는 이들 세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구매속성과 생각을 갖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하고 광고·투자·재무관리 등 자본주의적 생리를 익혀온 이들이 이제 소비의 주체가 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이들의 소비는 굉장히 합리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내돈내산’이라는 용어는 남이 아무리 비싼 것을 사도 비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고시장도 굉장히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중고가 ‘아껴쓰는’ 의미였는데 젊은층은 중고를 새것을 사는 것과 다름없이 생각한다” 며 “심지어는 먹고 남은 피자 2조각도 팔리는 수준”이라며 웃었다.

김 교수는 ‘언택트’ 시대가 불러온 변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집’의 기능이 주거지에서 직장, 학교 등으로 확장된 ‘레이어드 홈’이 대표적이다. 또 SNS 등을 통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면서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늘어났다. 김 교수는 “사람의 자아는 상당 부분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비대면 상황에서는 그것이 어렵다”며 “대신 MBTI, 꼰대레벨 등 각종 테스트를 통해 자아를 찾으려 한다”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사람의 손길을 뜻하는 ‘휴먼터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편리함에도 피로가 있고,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며 “빅데이터, 로봇을 활용하지만 결국에는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다가가는 사람의 힘이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사진=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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