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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아베 낙마시킨 '궤양성 대장염', 식습관 때문?

이순용 기자I 2020.09.08 06:03:34

‘혈변’ 보일 때 주저하지 말고 병원 찾아야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 아시아권 발병률 점차 높아지고 있어 주의
평생 함께 안고 가야 할 질환,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건강상의 문제로 물러났다. 그 중심에는 지병으로 알려진 ‘궤양성 대장염’이 있다.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으로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의 자극에 대해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며,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중증 난치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크론병과 함께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다. 이 질환은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의 자극에 대해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면서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 젊은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크론병에 비해, 궤양성 대장염은 전 연령대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크론병 보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더 많다.

궤양성 대장염은 유전·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북미와 북유럽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인종별로는 유태인과 코카시안에서 발생이 많고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유럽과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아시아 국가, 그리고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2014년 동안 국내 궤양성 대장염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59.3명에서 69.3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6~2.0%는 가족력이 있다. 이는 서구에 비하면 낮지만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가족에서 궤양성 대장염 발병 위험도는 일반인에 비해 14.2배로 서구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서구화된 식생활이 궤양성 대장염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연구들이 많다. 이런 식습관을 통해 장에 흡수되는 물질들이 아시아인의 장 속에 분포하는 미생물들과 조화하지 못해 장을 공격하는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제 설탕이나 패스트푸드, 마가린 같은 고당질 고지방 식품을 많이 먹으면 궤양성 대장염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창균 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된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점액이 섞인 혈변이나 설사와 변을 참지 못해 급히 화장실을 찾는 대변 절박감, 잔변감,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은 50대 이후에 대장암 검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검사로 생각해 젊은 사람들은 필요한 데도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나이, 성별을 떠나 복통이나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될 때나 혈변이 보일 때는 주저 없이 전문의 진단과 함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사라져도 규칙적인 약물 복용과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 증상이 없어도 장내에서는 염증이 남아 있어 재발하거나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장내의 모든 염증 제거가 치료 목표이다. 따라서 꾸준한 약물 치료와 장내 염증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안타깝게도 궤양성 대장염은 중증 난치 질환이고 평생 지속되는 질병이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가 동반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암과 같은 불치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적절히 치료하고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혈변, 설사 등 이상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궤양성 대장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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