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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애처로운 몸짓, 불완전한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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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0.05.21 06:08:10

심사위원 리뷰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 '비트 사피엔스'
무대 메커니즘 적극 활용… 뛰어난 연출기법
'어떤 미래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 던져

[김종덕 세종대 교수] 현생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는 원숭이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의 일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인간만이 진화를 통해 문화를 향유하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주인공이 되었을까. 그것은 불만과 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욕구불만이 없었다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기는커녕 과거에서 현재까지 영장류의 일종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도구와 불을 사용하며,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킨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어쩌면 자신을 창조한 신을 닮아가려는 끊임없는 욕망 때문에 진화했을 것이다.

(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
2020년 창단 15주년을 맞이하는 세컨드네이처(Second Nature/제2의 본성)의 김성한 예술감독은 현재의 불만과 불완전, 불만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무용가이다. 프랑스에서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어려운 여건에도 15년을 한결같이 무용단을 이끌며 독립예술가로 활동하는 열정과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였을 것이다.

김성한 예술감독의 작품에는 무대 메커니즘의 적극적인 활용과 무용수의 특징을 분석하고 과감하게 안무의 도구로 사용하여 추상성을 구체화 시키는 무대연출과 공간분할 방식 때문에 관객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으며, 지금까지 강력한 팬덤(fandom/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예술철학은 창작 작업의 방향성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창작 작업은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이며,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의문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열쇠라고 생각하며, 획일화된 몸과 익숙했던 관념을 거부하며,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 순수함, 추함까지도 구체화’하는 미학의 범주를 확장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의 ‘비트 사피엔스(Bit sapiens)’는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에 대한 경각심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내용으로 2020년 2월 1일과 2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최됐다.

(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
비트(bit)는 컴퓨터 정보처리장치가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를 뜻하며, 인간의 사고(思考) 역시 인공지능의 학습 자료이자 한낱 데이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막이 오르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 되는 지점에 비트 사피엔스가 꿈을 꾸는 것인지, 지쳐서 쓰러져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굵거나 가느다란 조명(Road pin)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성장하고, 교차 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시공간의 변화를 무대 메커니즘으로 이미지 형상화한 김성한 예술감독의 연출기법이 놀랍다.

획일화된 몸짓과 관념을 거부하듯 이주형의 몸짓은 애처로우면서도 삭막하고, 건조하다. 마치 바코드가 찍혀있는 인공지능형 인간처럼 보인다. 무대는 객석과 무대, Back stage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완만한 언덕과 벼랑처럼 가파른 낭떠러지 사이에 춤출 수 있는 공간으로 분할되어 있다.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위태로운 미래에 대한 불완전한 심리를 표출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에 충분하다. 관객은 양분된 무대의 양쪽 측면에서 참여자이자 관찰자로 존재하게 한다.

최후를 맞는 비트 사피엔스가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나 설계된 비트 사피엔스의 기억에는 딱히 행복이나 기쁜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배자의 의도에 따라 복제된 인간은 자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성한 예술감독은 작품에서 발단과 전개, 위기, 절정은 있지만, 결말은 제시하지 않고 불완전한 종지(終止)로 남겨둔다. 그 미래는 우리 또는 자신들이 선택할 삶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사진=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
흰색으로 처리된 댄스 플로어 (Dance Floor)는 다양한 무대 메커니즘(Mechanism)의 향연이 일어나는 곳으로 시간성과 심리적 효과를 추구하는 조명과 폭포를 연상케 하는 영상,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듯 계속 경사진 끝에 다다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네 사람이 단 한 번의 통일된 몸짓 없이도 흡입력을 잃지 않고 1시간 이상을 끌고 나갈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새롭게 변화된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에 서성거리는 비트 사피엔스는 끊임없이 언덕 위를 동경하며, 기어 올라가려고 한다. 그것은 지배자로부터 탈출하려는 저항하는 자아의 모습이며, 가상의 현실, 이루지 못할 꿈, 허무한 이상향에 대한 망상일 뿐이다.

김성한 예술감독의 작품에는 관객의 갈증이 존재한다. 움직임의 통일을 통한 전체 무용수의 에너지의 폭발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연출기법과 개성적인 신체의 질감,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관념적인 철학적 사고를 구체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은 탁월하다. 그것이 김성한 예술감독이 가지는 차별성이며, 특징적인 안무기법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극소주의와 해체주의를 과감하게 수용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의 성격을 일부 표방하면서도 스토리텔링을 통한 전개 방식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양식을 김성한 예술감독의 스타일로 변화시키는 뛰어난 연출기법으로 평가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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