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RX450h - 화려하게 돌아온 도심형 SUV의 끝판왕

김학수 기자I 2017.11.03 07:04:07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렉서스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모델 RX가 차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1998년 첫 선을 보인 RX는 렉서스의 성장과 함께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시장의 발전을 이끈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야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 다소 밀리는 모습이지만 뛰어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렉서스의 글로벌 판매 중 30%가 바로 RX에 있다고 하니 그 인기는 실로 대단한 수준이다.

2016년 2월 출시 이후 잠잠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RX450h를 2017년 가을, 다시 만나 보았다.

이번에 시승한 RX450h는 지난 2월 출시한 4세대 모델로서 한층 커진 체격을 기반으로 렉서스 고유의 매력을 과시한다. RX는 기존 3세대 대비 120mm가 늘어난 4,890mm의 긴 전장을 자랑한다. 여기에 전폭과 전고 역시 각각 1,895mm와 1,705mm에 이르기 때문에 우람한 체격이 돋보인다. 다만 휠 베이스는 50mm가 늘어나긴 했지만 전장에 비해, 그리고 경쟁 모델에 비해 다소 짧게 느껴지는 2,790mm이다.

렉서스의 새로운 시대를 연 디자인

스핀들 그릴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겪은 렉서스의 디자인이 이제 안정화된 기분이다. 아니 어쩌면 ‘그 디자인’에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4세대 RX는 기존 3세대 대비 더욱 날을 세우고 감각적인 터치가 돋보여 스포티한 감성이 한껏 살아난다. 특히 큰 체격을 가진 육중한 존재임에도 날렵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인 부분이다.

전면 디자인에 있어서는 역시 스핀들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라이트가 이목을 끈다. 트리플 빔 LED 헤드라이트를 L의 형태로 다듬었고, 화살촉 모양의 DRL를 통해 더욱 역동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반면 보닛은 단조롭게 그려내며 균형감을 더했다. 여기에 전면 범퍼는 차량의 전폭을 충분히 넓게 보이는 디자인으로 만족감을 높였다.

측면 실루엣은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감성이 돋보인다. 엔트리 크로스오버 모델인 NX와 비슷할 정도로 날렵한 실루엣이 이목을 끈다. 여기에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요소로 바로 ‘플루팅 루프 타입 C필러’가 더해져 고급스러운 감성과 스포티한 감성을 모두 완성한다. 한편 이를 통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리면서 기존의 소비자는 물론 보다 젊고 역동적인 소비자들을 자극한다.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한 RX의 디자인 실루엣은 후면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전면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만큼이나 날카로운 실루엣이 돋보이는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후면 중앙의 크롬 가니시로 역동성과 안정감을 모두 담아냈다. 덕분에 RX450h의 후면 디자인은 렉서스 고유의 감성을 느끼기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아늑한 공간을 제시하는 RX

RX450h의 실내 공간은 고급스러운 감성과 함께 여유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전폭을 최대한 활용한 모습인데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구성을 오퍼레이션 존과 디스플레이 존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그 활용성을 더욱 높였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운전에만 확실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공간이 가진 가치와 정의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되어 전체적인 만족감을 높였다.

실내 곳곳에는 최신 기술이 더해진 요소들이 적용되어 눈길을 끈다. 운전자를 위해 풀 사이즈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계기판을 더했다. 대시보드 위쪽으로 올린 12.3인치 풀 컬러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화면과 연비, 차량 상태 등 다양한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상당하다.

센터페시아의 구성은 최신의 감성이라기 보다는 렉서스 특유의 안정감이 돋보인다. 와이드한 디스플레이와 깔끔하게 구성된 센터페시아의 버튼 및 다이얼 구성, 그리고 아날로그 타입의 시계를 배치하며 ‘고풍스러움’까지 더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감성을 확실히 과시한다. 참고로 다이얼을 만질 때의 그 고급스러운 감각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승차감 부분에서 꾸준히 강점을 보여왔던 렉서스답게 4세대 RX역시 뛰어난 만족감을 자랑한다. 1열 공간은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에게도 ‘과할 정도의 넉넉함’을 제공해 눈길을 끈다. 인체 공학적으로 커팅된 시트는 1열과 2열을 가리지 않고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특히 1열 공간의 경우에는 체격이 큰 기자의 입장에서도 여유로운 수준이다.

2열 공간 역시 기본적인 레그룸이나 시트에서 느껴지는 착좌감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 프리미엄 SUV의 감성, 경쟁력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열 시트는 슬라이딩 기능을 통해 120mm까지 움직일 수 있고 열선 및 전동식 파워 폴딩 기능을 탑재해 편의성을 보강했다. 다만 루프실루엣 때문인지 2열 헤드룸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 RX는 넓어진 실내 공간만큼이나 트렁크 적재 공간 역시 한층 개선되었다. 3세대 대비 54L가 늘어나 514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해 골프백 4개를 여유롭게 적재할 수 있다. 2열 시트 폴딩을 통해 광활한 적재 공간 역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여성 운전자의 편의성을 보강하기 위해 새롭게 적용된 터치리스 파워 백도어를 적용한 점 역시 만족스럽다. 덕분에 다양한 짐을 적재하고도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완성도를 끌어 올린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시스템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로 대표된다. 그리고 매력적인 가솔린 엔진과 멀티 모터를 조합하여 구성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렉서스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RX450h의 보닛 아래에는 V6 가솔린 엔진과 강력한 전기 모터가 어우러져 우수한 출력과 뛰어난 효율성을 과시한다. V6 3.5L 엔진은 최대 262마력을 발산하고 최대 토크는 34.2kg.m이라는 견실한 출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더해지며 시스템 합산 313마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위해 개발한 고효율 지향의 CVT인 e-CVT를 장착하고 이를 차량의 주행상태를 파악하여 구동력을 조율하는 AWD 시스템, ‘E-four’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하며 공인 연비는 복합 연비 기준 12.8km/L로 체격에 비해 무척 인상적이다. 덕분에 디젤 SUV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느낄 수 있다.

완벽한 도심형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의 도래

거대한 크로스오버의 체격, 날카로운 디자인 그리고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말 그대로 매력적인 조합이다. 이 구성은 말 그대로 디젤 SUV는 탐낼 수 없는 정숙성과 부드러운 감성을 연출할 수 있는 조합이다. 이미 3세대에서도 높은 만족감을 느꼈던 만큼 이번 4세대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도어를 열고 큼직한 공간에 몸을 맡기면 여유로운 시트와 넓은 시야가 이목을 끈다. 인체공학적인 구성으로 전체적인 만족감이 높은데, 도심형 SUV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넓은 전폭, 낮은 시트 포지션이 어우러지며 차량의 크기가 ‘정말 크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어쨌든, 시동을 걸면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하이브리드 차량답다’ 정도가 아니라 정말 훌륭한 정숙성이다. 그 정숙성을 뒤로하고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겨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면 초기에는 전기 모터를 기반으로 하는 부드러운 발진, 그리고 이윽고 개입되는 가솔린 엔진의 여유로운 출력이 전해진다.

물론 이 순간 아쉬움이 있었다. 전기모터가 주도하는 상황이 너무나 정숙해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을 하다가 언덕을 오르게 되거나 혹은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며 가솔린 엔진이 개입되는 순간, 엔진의 개입과 엔진음이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기본적인 소리의 크기나 진동이 강한 건 아닌데, 지나치게 정숙한 탓에 체감적으로 돋보이는 부분이다.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조합되며 발산되는 출력은 무척 매력적이다. 육중한 차체는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순간 곧바로 매섭게 속도계를 올린다. 아주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빠르고, 공격적이고, 도로 위에서 어느 차량과 비교를 하더라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존재로 느껴졌다. 게다가 V6 엔진의 회전 질감이나 사운드 역시 고회전 영역으로 가더라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출력을 다루는 능력도 좋지만 변속기의 선택이나 셋업도 무척 탁월하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감각인데 기본적으로는 효율성과 부드러운 주행에 초점을 맞춰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육중한 도심형 SUV에게 강력한 드라이빙을 원한다면 RX450h F-스포트를 선택해 스티어링 휠 뒤쪽의 패들 쉬프트를 다루며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최근 렉서스의 차량들이 꽤나 역동적이고 날카로운 감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의 RX450h는 완전히 다르다. 여전히 렉서스 고유의 부드러운 크림 같은 주행이 이어진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렉서스의 감성이 그대로 발휘되어 ‘도심형 SUV’의 완벽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노면의 굴곡을 부드럽게 받아내며 노면의 충격을 대대적으로 덜어내는 그 성숙미는 정말 압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방향성은 확실히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세팅으로 도심형SUV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편이지만 속도를 높이며 달리거나, 연속된 조향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에는 기존의 3세대 RX보다 확실히 견고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으로 더욱 다양한 범위에서 그 매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주행의 템포를 높일 때면 어느 정도 차체의 움직임을 허용하면서 노면을 견고하게 받아내는 편이지만 확실히 체격이 크기 때문에 운전자의 의지가 100% 반영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조율을 통해 우수한 주행 성능과 함께 여유로운 승차감까지 확보했으니 운전자 입장에서는 더욱 편안하면서도 더욱 즐거운 경험을 누릴 수 있다.

한편 시승을 하면서 뛰어난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고는 하지만 V6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대형 SUV가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RX450h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시승 기간 동안 도심과 고속 주행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상황에서 리터 당 15.0km의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하는 모습이었다.

좋은점: 매력적인 디자인과 여유로운 공간, 그리고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

안좋은점: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한 시장에서의 인지도

더욱 발전한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아이콘

4세대 렉서스 RX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그리고 시장이 원하는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 발전했고 여전히 고유의 감성 역시 담아내고 있었다. 실제 시승을 통해 경험한 RX450h는 무척 고급스러운 감성과 편안한 승차감, 그리고 매력적인 주행과 뛰어난 효율까지 모든 부분에서 빈 틈 없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졌던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점점 발전하고 있고 기준을 넘어서 뛰어난 완성도를 선사하는 위치까지 올라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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