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처럼 소비자가 직접 보험사에 요구해 보험상품을 만들 수 있는 ‘오더메이드(주문에 따라 설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중심에는 보험과 정보통신기술(ICT)를 융합한 ‘인슈테크’ 가 자리 잡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AI)을 보험 업무에 적용하는 한편 크라우드·P2P 방식을 결합한 보험 가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보험 3.0시대…‘신(新) 오더메이드’ 상품 봇물
지금까지 보험상품은 보험사가 만들어 놓은 기성상품을 고르는 버전 1.0의 일반 상품과 상품기획에서부터 개발까지 소비자의 의견을 담아낸 버전 2.0의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 상품이 주류를 이뤄왔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주문을 내고 그에 맞춰 보험사가 상품을 만들어주는 버전 3.0의 ‘신(新) 오더메이드’ 상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인슈테크가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슈테크 스타트업 디레몬은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레몬클립’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이 앱을 설치하면 자신이 과거 무슨 보험에 들었는지 조회하고 자세한 가입내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P2P·크라우드 형태 보험 서비스도 등장했다.
보험 컨설팅 전문업체 엘케이엠에스(LKMS)가 만든 ‘인바이유(inbyu)’는 일종의 공동구매 형태의 보험 가입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화재가 인바이유와 손잡고 기존 상품 대비 보험료를 4분의 1 수준으로 확 낮춘 ‘미니 운전자보험(미니보험)’이 대표적이다.
◇AI서비스 활성화 땐 불완전판매 줄듯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IBM ‘왓슨 익스플로러’ 도입 검토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왓슨 익스플로러의 주요 업무는 보험 가입자로부터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이를 지급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보험사정(언더라이팅)’ 업무다.
병원 기록과 환자 진료 이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전문 업무로 현재는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정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 왓슨 익스플로러가 국내 보험업계에 전면 도입되면 상당수 보험사정인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동부화재는 카카오톡 채팅을 기반으로 보험관련 업무 상담이 가능한 ‘프로미 챗봇(Chatbot)’ 서비스를 개시했다.이 서비스는 1000가지 지식데이터를 분석해 △보험금 청구방법 △구비서류 안내 △계약대출 이용방법 △서비스망 찾기 등 고객 문의에 대한 응대를 목적으로 구현된 지식기반형 서비스다.
라이나생명 역시 채팅 상담 서비스인 ‘챗봇’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팅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상품안내 △자주 하는 질문 △가입 상품 안내 등에 대해 자동으로 제공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챗봇 등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불완전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슈테크는 100년 만에 온 혁신 촉매제”
인슈테크를 확산하기 위한 보험사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하는 상담 분야에 ICT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개발작업이 한창이다.
삼성화재는 손보업계 최초로 ‘지문인증’을 모바일 앱에 도입했다. 갤럭시 S8 출시로 ‘홍채인증’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보험료 납입이나 보험대출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보험업계 최초로 ‘모바일 생체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신한생명 스마트창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지문을 등록하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없이 편리하고 빠르게 로그인 할 수 있다.
신한생명은 앞으로 안면인증 등 생체인증의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며, 직원 및 설계사용 내부업무시스템으로 활용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본인 인증 방식인 ‘휴대폰 직접서명’ 서비스를 개발했다. 동부화재는 스마트폰으로 보험증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권까지 얻었다.
NH농협생명은 KT와 인슈테크 서비스 공동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KT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헬스케어 서비스, 사물인터넷 기술을 보험상품 개발에 접목해나갈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수도권의 주요 병원과 협약을 맺고 30만원 이하의 소액보험금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을 연내에 진행할 예정이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교수)은 “인슈테크는 보험산업에서 100년 만에 온 혁신 촉매제로 그 역할을 기대한다”며 “인슈테크가 투자 확대로도 이어져 보험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인슈테크
인슈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확대한 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보험산업의 핀테크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