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고등법원은 두 회사간 본안소송 심리를 재개했다. 헤이그 고등법원은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삼성전자(005930)의 특허를 처음 인정했던 곳이다.
두 회사는 오는 14일(현지시각) 독일 만하임 고등법원에서도 특허를 놓고 맞붙는다. 독일에선 14일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독일 만하임 고등법원에서 4건의 특허 소송이 진행된다. 독일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에서도 각각 오는 25일과 다음 달 23일 디자인 관련 청문회가 열린다.
두 회사의 유럽 소송전이 주목받는 것은 각각의 본거지가 아닌 제 3국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최근 한국과 미국 법원의 판결 탓에 일었던 ‘자국 보호주의’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곳이다. 유럽 소송전의 결과가 한쪽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소송전은 전 세계 10개국(한국 포함)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부분이 유럽에 몰려 있다.
유럽 시장은 스마트폰 격전지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서유럽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43.6%를 차지한 반면 애플은 19%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현재로선 크게 앞서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 제품 판매가 중단되거나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위기에 놓여 있어 유럽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소송전의 쟁점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통신 특허와 디자인 특허를 주무기로 내세우며 상대방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통신 특허를 인정받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통신 특허와 관련해 유리한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럽 소송전도 삼성전자가 해볼만 한 싸움이 되지 않겠느냐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좌우하는 미국 소송과 달리 유럽에선 판사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사숙고해 판결하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월 통신 표준특허를 차별없이 공유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조항을 위배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