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희석 기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야권 후보 가운데 1위로 떠올랐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8월 첫째주 정례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전 주보다 1.6%p 상승한 9.8%의 지지율를 얻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32.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9.4%의 지지율을 얻어 3위에 그쳤다. 야권 전체 후보를 망라한 조사에서 문 이사장이 손 대표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이사장은 그동안 `세속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은둔해왔다. `신부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담을 쌓았던 현실 정치에 관여하게 된 것은 지난 4.27 재보선에서였다. 경남 김해을 민주당 곽진업후보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간의 단일화 과정에 나섰다. 재보궐선거직후 총선·대선을 앞두고 폭넓게 야권의 통합문제를 논의하는 기구가 생긴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7월26일 국회본관 귀빈식당에서 열린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는 문 이사장이 정치인으로 데뷔한 행사였다. 진보개혁 진영의 거물들을 참여시켜 지지부진한 야권통합을 향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6월중순 발행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이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지지율 오름세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문 이사장이 불과 서너달만에 야권의 대선주자중 선두로 급부상할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전문가들은 신사답고 강직한 인상에다, 운동권 출신에 공수부대를 나오고 인권변호사를 지냈다는 참신함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야권에는 현정부의 실정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포용할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 이사장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객관적 요인보다 더 강렬하게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노 전대통령의 평생동지라는 점일 것이다.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개인에 대한 연민은 `부채의식`으로 남아있고 이는 문 이사장에 대한 지지로 표출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 장점은 가장 큰 부담이 될수 있다. 문 이사장은 아직 정치력과 리더십등을 검증받지 못했다.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하기는 했어도 현실정치에 대한 경험은 없다.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를 계승했다고 해서 저절로 선택받을 수는 없다. 아직도 ‘킹’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지만 ‘킹메이커’가 되기위해서라도 더 높은 지지율이 필요하고 지도력을 보여줘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그만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출발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민주 복지 평화를 위해 역사 발전에 기여한 바 크다. 그렇지만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했다.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실망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제인의 운명은 노무현의 운명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