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 모두발언에서 한 말입니다. 일부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상향식 구분 적용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낮게 적용하는 임금을 국가 최저임금으로 보면 나머지 업종 하한이 올라갈 테니 결국 상향식이라는 논리입니다.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을 하향식으로 하는 국가가 없다는 비판이 일자 준비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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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지급) 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이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지불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도록 하는 것은 같은 것은 같되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므로 차별이 아닌 형평성 원칙에 부합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임금)지급 능력’입니다. 지급 능력이 취약한 업종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겁니다. 그는 지급 능력이 충분한 기업엔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도록 하자고도 했는데요. 국가 최저임금을 정하되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엔 더 낮은 하한을 적용하자는 겁니다. 그간 경영계가 구분 적용을 주장하며 내세운 점도 이와 같았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한다면 ‘더 높은 지급 능력’(higher capacity to pay)을 따지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높은 평균 생산성’(higher average productivity)을 업종별 구분적용의 근거로도 들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시 낮은 지급 능력을 고려하라는 권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내 경영계가 낮은 지급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현행 법규정 및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더 낮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한계가 있다. 특히 동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된 과정을 볼 때, 이를 사실상 역행해 노동생산성이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할 때에는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근로자의 생활 안정 등을 유념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1일 발표한 ‘최저임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입법조사처는 독일과 호주, 일본 등 업종별 구분 적용을 도입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모두 상향식 구분 적용을 하는 국가들입니다. 입법조사처는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상향식’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하는 ‘하향식’ 논의와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오는 2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경영계는 임금 지급 능력이 낮은 업종을 대상으로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할 전망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합리적인 논쟁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