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발레리나' 자하로바 내한에 우크라이나 "침략 정당화"

장병호 기자I 2024.03.05 07:41:14

발레계 스타 자하로바, 내달 ''모댄스''로 내한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 4일 공식 입장문
"범죄 저지른 러 문화계 인사와 협력 중단해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다음달 공연하는 ‘모댄스’에 출연하는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다음달 개최 예정인 자하로바의 내한공연 ‘모댄스’와 관련해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의견과 문화 교류의 포용성을 존중한다”면서도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정권 및 그 문화계 인사들과의 문화 협력을 중단할 것”이라며 공연 취소를 촉구했다.

자하로바는 오는 4월 17일과 19~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모댄스’를 공연한다. ‘모댄스’(MODANSE)는 프랑스어로 ‘패션’(Mode)와 ‘춤’(Danse)를 합한 단어로 두 편의 단막 발레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과 ‘숨결처럼’(Come un Respiro)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자하로바는 패션 디자이너 겸 사업가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가브리엘 샤넬’에 출연한다.

자하로바는 무용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번이나 수상한 살아 있는 발레계의 전설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이지만 푸틴 대통령의 문화계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일원으로 연방의원을 지냈고, 러시아 국가예술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푸틴과 각별한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 극장 총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연기획사 측은 ‘모댄스’는 4~5년 전 기획된 공연으로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공연이 올해 잡히게 됐고, 예술성 높은 작품인 데다 자하로바의 나이가 있어 이번 내한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 ‘모댄스’ 외에도 러시아 발레단 무용수들의 공연이 예정돼 있어 이번 논란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오는 4월 16~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볼쇼이 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 5월 16∼19일에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마린스키발레단, 볼쇼이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베를린슈타츠발레단 등 6개 발레단 무용수들의 내한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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