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 ''종식 선언''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코로나19 종식이요? 터널이 끝난 기분이에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현정아씨(29)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행이 몇 년이나 갈 것이란 소식을 처음엔 못 믿었는데 3년이 순식간에 지났다”고 말했다. 친구와 경복궁을 찾은 현씨는 가방 안에 착용하고 온 마스크를 접어 넣어뒀다. 현씨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는 여전히 불안해서 착용한다”며 “오늘은 날씨도 맑고 공기도 좋아서 밖에선 마스크를 쓰면 손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 후 처음 맞는 주말 경복궁에는 이른 오전부터 오색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사진을 촬영하며 여유로운 오전 한때를 보냈다. 부모님과 5년 만에 서울 여행에 나선 양모씨(59)는 “그동안 건강이 걱정돼 어르신들 모시고 여행 갈 엄두를 못 냈는데 주말을 맞아서 온 가족이 큰 마음 먹고 나섰다”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실내 대신 청와대나 경복궁 같은 야외 명소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맑고 선선한 날씨를 보인 이날 오전 마포구 난지캠핑장도 나들이에 나선 가족, 연인, 친구들로 북적였다. 마스크를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모씨(21·남)는 “마스크 없이 이렇게 오랫동안 풀냄새를 맡는 것이 오랜만”이라며 “최근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더 많아져 거의 착용하는데 오늘은 편하게 먹고 마시러 왔다”고 말했다. 나무 그늘 근처에는 돗자리를 펴고 휴식 중인 가족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찾기 힘들었다. 다들 밝은 표정으로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팔에 마스크를 걸어둔 윤모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직후 여자친구를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잘 돌아다니지 못했다”며 “자연도 보고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이라 왔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대중교통과 실내에서 만난 시민 절반 가량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지하철역에 들어서기 전 어린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느라 분주한 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아들과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어서며 마스크를 착용하던 한모씨(42)는 “마스크 의무 해제 이후 감기에 걸린 적이 있어 실내에서는 웬만하면 착용하려 한다”며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는 주말여행에 나선 여행객들이 커다란 짐 가방을 끌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플랫폼이나 기차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가족, 친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창훈씨(25)는 들뜬 표정으로 “고등학교 동창들과 3년 만에 부산 여행을 간다”며 “코로나19가 모두에게 마스크라는 습관을 남겨 아직은 체감이 되진 않지만 종식됐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한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4개월 만이다. 6월부터는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가 5일 권고로 전환되며 입원 병실이 있는 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임시 선별검사소나 입국 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권고도 해제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검사나 치료비 정부 지원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펜데믹’ 종식을 선언한 11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으로 졸업사진 촬영을 나온 고등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밝게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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