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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진당 겨우 5곳…“창당 역사상 최악의 지선”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차이 총통이 중간평가 격인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하면서 민진당 주석(당대표) 직에서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중간 선거는 21곳 현·시의 단체장을 선출한 가운데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수도인 타이베이를 포함해 13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민진당 후보는 5곳을 가져갔다. 민중당과 무소속 후보가 각각 1곳, 2곳에서 이겼다. 자이시 시장 선거는 무소속 후보자 1명이 숨지면서 투표일이 12월18일로 연기됐으나, 대만 현지 언론은 자이시 선거 또한 국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이 집중됐던 타이베이 시장에는 장제스 대만 초대 총통 증손자인 국민당의 장완안이 당선됐다. 만 43세인 그는 역대 최연소 타이베이 시장이란 기록을 세웠다.
차이 총통은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만 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민진당 주석직 사퇴를 선언했다. 2024년까지 총통직을 이어가는 그는 “우리는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진당 소속이자 내각을 이끄는 쑤전창 행정원장(총리)의 사의는 반려했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주펑리안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이번 결과에 대해 “대만의 주된 여론이 평화와 안정, ‘좋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는 대만 국민들과 단합해 평화적 발전과 통합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대만 독립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생 이슈, 정치 구호 이겨…현 정부 중간심판”
로이터통신은 민진당의 선거 참패 원인에 대해 지방선거 특성상 차이 총통의 ‘친미반중’이란 정치적 구호보다 민생 이슈에 더 큰 관심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차이 총통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면서 “세계가 대만을 자국의 영토로 주장하는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대만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수호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당은 차이 총통이 중국과 지나치게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올해 재확산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데 선거 캠페인의 초점을 맞췄다. 중국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대만해협 인근에서 실사격 군사 훈련을 시행했다. 훈련 규모는 축소됐으나 군사 훈련은 지속되고 있다. 대만 국민들이 중국의 대만 통일은 반대하지만 양안 관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홍콩 명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민진당의 대패는 차이잉원 정부의 최근 전염병 예방 등 기대에 못 미치는 국정 운영으로 중도 유권자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민진당에 등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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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통 연패’ 국민당, 정권 탈환 성공할까
이번 지방선거는 2024년 1월 예정된 차기 총통 선거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으로도 불린다. 장덩지 국립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당의 중대한 승리로 간주될 것”이라면서 주리룬 국민당 주석과 허우여우이 신타이베이 시장을 유력한 차기 국민당 대선 후보로 꼽았다.
새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 민진당은 이번 선거까지 참패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차이 총통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해 처음 총통이 된 후 2020년 대선에서 중국에 맞서 대만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공약으로 압승을 거둬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만의 총통 3연임 금지로 2024년에는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다.
다만 대만은 지방선거 결과가 총통·입법위원 선거로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당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민진당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으나 2020년 차이 총통은 당시 경쟁자였던 한궈워 국민당 후보를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