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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경찰서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6년 8월 정씨의 성관계 불법촬영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하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정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씨가 범행을 부인했음에도 수사보고서에 ‘정씨가 범행을 시인했다’라고 작성하거나 휴대전화 포렌식 의뢰서 사본을 원본과 대조해보지 않고 ‘원본대조필’이라고 기재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A씨는 정씨의 변호인으로부터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 확보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1만 7000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이를 두고 1심 재판부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을 넘어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에 해당한다”며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직무유기,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다른 자료로 기소해도 충분하다고 보고 포렌식 복구 가능 여부를 기다리는 것보다 신속하게 검찰로 송치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A씨의 주장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며 “유명 연예인의 성범죄 사건으로 언론의 관심이 높았고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라는 지시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A씨는 정씨 변호인과 식사 이전 이미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자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과장 결재까지 받았다”며 “정씨가 동영상 촬영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다른 증거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언론 대응이나 2차 피해를 고려해 데이터 복구 여부를 기다리지 않고 송치하려 했다는 주장을 부당하게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수사보고서를 허위기재한 혐의에 대해선 “정씨가 조사 당시 ‘동영상을 찍은 건 사실이지만 피해자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다”라며 “‘범행사실을 시인한다’는 문구는 동영상 촬영 사실을 인정했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 판결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본대조필이라는 기재는 원본과 대조해 사본과 원본이 동일하다는 의미인데 A씨는 원본과 대조해보지도 않고 ‘원본대조필’이라고 기재했다”라며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가 인정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범행은 공문서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 행위”라며 “그러나 이로 인해 구체적 손해나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