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이 역대 정상회담 중 처음으로 언급됐다. 양국 정상은 외환시장 안정 필요성을 인정하며 긴밀히 협의한다고 약속했다. 이에 정상회담 이후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구체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 방식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위기 등 외화자금시장에 불이 나 달러가 급할 때 맺었던 `위기 진화용 통화스와프`와는 달리, 상설 통화스와프 또는 그에 준하는 통화스와프 체결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국과의 경제 안보를 통해 한국 경제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시장의 경우 외환시장에 충격이 온다든지 할 때 양국에서 도울 수 있는 문제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 성명에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은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키로 한 만큼 작년 말 종료됐던 한미 통화스와프가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위기 때도 미국과 체결했지만 한미 정상회담 이후 통화스와프 논의가 구체화한다면 기존 위기 때 맺었던 통화스와프와는 성격이 달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캐나다, 영국, 유로존, 일본, 스위스 등 5개국과 맺고 있는 상설 통화스와프에 우리나라가 낄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지만 위기에 일시적으로 체결했던 스와프보다는 기간이 더 긴 중장기 스와프가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연준 출신인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상설 스와프가 되면 좋지만,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발전했어도 당장 그렇게까지 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통화스와프) 상설국과 위기 시 (체결했던 스와프) 두 가지 양 극단의 중간 단계 어디쯤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지낸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초빙교수는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3~5년 단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계속해서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차선”이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경제 위기 대응 차원이 아닌 외환시장 안정과 금융시장의 선진화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을 근거로 내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이 수차례 언급된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 기대감에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6.7%, 79.3원이나 급등했다.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우리나라 경제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미국의 빠른 긴축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국내 증시에서 14조8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선 여전히 순투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월별 순투자액이 3월과 4월엔 4억~5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쪼그라 들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방식으로 경제·금융협력을 한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8%밖에 안되고 제조업은 세계 5위지만 금융은 30위로 약해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