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이 3분기 기준(9월30일)으로 잡은 원·달러 환율은 1200.74원이고, 21일 마감한 달러화 대비 원화의 환율은 1101.10원이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8.3% 하락했다. 미국이 제로 금리(통화)와 경기 부양책(재정)을 펴면서 미국 달러화가 시장에 광범위하게 공급된 것이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주요 원인이다.
환율보다 중요한 원자재 가격도 안정을 보이며 힘을 보탰다. 환율이 하락해도 현지 작황이 안 좋아 상승하면 수혜를 보기 어렵다. CJ제일제당 3분기 톤(t)당 원맥(밀가루) 수입 가격은 작년보다 5% 내려간 267달러였다. 밀가루 수입업체 대한제분의 같은 기간 t당 원맥 수입액도 1%가량 하락했다. 대한제분도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익이 51억원 가량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타 식품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주요 곡물 밀가루, 콩, 옥수수 등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실적에 유리한 요인이다. 환율이 10% 하락하면 SPC삼립은 44억원, 대상은 약 28억원이 각각 세후 이익으로 늘어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모든 식품사가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구조라면 환율 하락은 악재다. 환율이 10% 내리면 크라운해태홀딩스는 6억원이, 롯데제과는 19억원 각각 더 손해가 발생하리라고 예상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해외 사업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이다 보니 환율하락이 마냥 이득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환율과 실적을 절대적으로 연결 짓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곡물 수입이 선물(특정 시점의 가격) 거래로 이뤄져서 환율 효과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익이든 손해든 당장 셈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운임료와 국제유가 등도 가격을 좌우하는 변수다.
이런 이유를 고려해 식품사의 환율변동 손익 전망에는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하고’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식품회사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하는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면서도 “수입 단가를 좌우하는 변수는 환율 이외에도 여럿이라서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