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기록적인 압승을 거두고도 미래통합당에 4개월도 안 돼 따라잡힌 모양새다. 여론은 집권 여당의 입법 독주와 부동산 실정을 지적하는데 민주당은 성과를 내겠다며 법안 처리 방법에만 골몰하고 있다.
최근 ‘지지도 하락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성과’를 말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상당수였다. 국민들이 여당에 180석을 몰아준 것은 성과를 내라는 뜻인데, 야당에 발목 잡혀 개혁 입법을 완수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지도 하락을 민주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비판이 아닌, 입법을 재촉하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민주당 의원들이 생각하는 ‘성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권력기관 개혁을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이를 위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기간 단축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와중에 민주당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개정한 뒤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하고, 다시 합당까지 했는데도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한 술 더 떠 또 다른 비례 정당인 열린민주당과 합당까지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전까지만 해도 열린민주당의 공천과 창당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비판했었다.
지지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민심 악화에 기름을 부은 의원들의 말실수를 차치하고서라도, 민주당에게서 집값 폭등에 대한 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은 총선 후 지금까지 정책 의원총회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의총은 국회 본회의 전 모여 원내대표가 중점 입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끝났다. 초선 의원들의 발언과 토론은 아직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 초선 의원은 “정책 토론을 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모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소환해 폭등의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자신들이 2014년 합의로 처리한 ‘부동산 3법’을 탓하기도 한다. 민주당이 선거 전에 이 같은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어도 이렇게 대응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