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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보통은 전당대회 일정이 다가올수록 컨벤션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건만,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당 지지율이 추락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겨냥해 낸 논평에서 한 말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한국당 전당대회를 놓고 ‘컨벤션효과’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임에도 5.18 민주화운동 폄훼 등 우경화 논란 속에 오히려 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역(逆)컨벤션효과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컨벤션효과는 대규모 모임이나 집회를 뜻하는 영단어 ‘컨벤션’에 ‘효과’라는 우리말을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전당대회 등을 통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한국당 역시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컨벤션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당내에서는 “지지율 30%도 멀지 않았다”는 분위기도 상당했으니까요.
하지만 제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전당대회와 겹치는 오는 27~28일로 발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당대회 연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권주자들이 속속 불출마를 선언하기 시작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기 시작합니다.
당초 황교안·오세훈 후보와 함께 당권주자 3강(强)으로 분류됐던 홍준표 전(前) 대표가 지난 11일 가장 먼저 불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도 12일 잇따라 출마의 뜻을 접었습니다.
결국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 셋만 남게 되면서 당초 8명이었던 후보군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했던 오 후보가 당권 경쟁 복귀를 선언하면서 최악의 상황만은 면했습니다.
후보군이 줄어들면서 4명을 기준으로 했던 컷오프도 규정도 없던 일이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면서는 극우성향 태극기부대 목소리가 커지고 과격한 발언들이 등장하면서 합동연설회 진행이 제대로 안 될 정도였습니다.
특히 1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인사말 순서에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쏟아내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5.18 폄훼 논란 의원들을 당 윤리위에 회부하고 징계를 내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자리에서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준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저딴 게”라고 지칭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머리를 숙이고 당도 행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앞서 있었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당내에서는 흥행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컨벤션효과를 묻는 질문에 “흥행은 이미 망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