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위지윅 대표 “구미호로 시작…마블까지 진출했죠”

이명철 기자I 2018.12.20 08:00:00

국내 특수효과 전문가…VFX 전문기업 차려 증시 상장
영화·드라마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실적 안정성 추구
내년 라인업 본격화로 성장…미국 진출·M&A도 추진

(사진=위지윅스튜디오 제공)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일반 시각특수효과(VFX) 업체와 달리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 상장 후 미국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뉴미디어 분야 기업 인수도 추진하겠다.”

한국 첫 컴퓨터그래픽(CG) 영화로 기록된 ‘구미호’ 제작에도 참여했던 국내 CG 역사의 산증인이 증시에 등장했다. 설립 3년여 만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위지윅스튜디오(299900)(이하 위지윅)의 박관우(사진) 대표가 주인공이다.

◇ “VFX는 중요 콘텐츠” 결심에 회사 설립

위지윅은 박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영상 전문기업이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기 20여년 전인 1990년대 국내 대표 영화제작사 신씨네에서 일하면서 영화와 연을 맺게 됐다. 그는 “큰 성공을 거뒀던 ‘은행나무 침대’를 필두로 ‘자귀모’ ‘주유소 습격사건’ ‘초록물고기’ ‘플란다스의 개’ 등의 작업에도 참여했다”며 “당시에는 없던 개념인 슈퍼바이저(관리자) 역할을 맡으면서 특수효과에 눈을 떴다”고 술회했다.

당시 디지에프엑스(DGFX)란 업체를 세워 경영에도 나섰지만 척박한 영화산업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그에게 미국 쇼스캔엔터테인먼트 입사는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박 대표는 “더 넓은 시장에서 CG 기술 역량을 최대화하고 싶었다”며 “5년 정도 제작 담당 부사장을 맡아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파크 사업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00년대 한국에 돌아와 국내 업체들과 협업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박 대표는 직접 회사(위지윅)을 차리며 경영에 재도전했다. 앞으로 VFX가 영상을 만들 때 중요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그는 “특수효과 시장 규모가 커지는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며 “변동성이 큰 영화와 드라마·광고 등 뉴미디어간 균형을 이루면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 디즈니와 협업…OTT 제작 드라마도 참여

영화 분야에서는 월트디즈니의 공식 협력사로 등록하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극장 체인인 CGV가 개발한 스크린X(스크린 벽면을 활용하는 상영 기법) 버전의 VFX 작업에 참여하면서 월트디즈니의 라인업도 함께 하게 됐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회사 전체가 월트디즈니 공식 협력사인 것은 국내 처음”이라며 “건물 출입부터 내부 폐쇄회로(CC)TV, 데이터까지 디즈니가 요구한 보안 가이드가 아주 엄격해 전체 시스템을 모두 뜯어 고쳤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 관리 수준 또한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박 대표는 “내년 월트디즈니의 15편 라인업에 함께 할 예정이고 현지 프로듀서와 협업이 강화되면서 스크린X가 아닌 다른 분야의 영화 작업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뉴미디어 분야에서 강점을 두는 분야는 드라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대되면서 드라마 시장이 기하급수로 크고 있어서다. 그는 “에이스토리가 제작하는 드라마 VFX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드라마 분야는 물론 다른 드라마 제작사들과도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도 특수효과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G를 수작업으로 그리는 기존 방식이 아닌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형태를 CG화 할 수 있는 핵심 기술(위지윅시스템)은 이 같은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 대표는 “헐리우드에서 사용하는 실시간 렌더링 시스템은 영상 분야에서는 일종의 ‘산업혁명’ 수준”이라며 “현재 일부 영화의 사전 시각화 장면에서만 쓰이고 있지만 유튜브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실사 영화에도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선도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인력이 브랜드…전문가 관리에 역점

회사 업력이 짧은 만큼 실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20년 이상 해당 업계에서 근무한 인력 구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영화 산업 특성상 회사보다는 개인 브랜드가 영업에 더 중요할 때도 있다”며 “인력이 필수 경쟁력인 만큼 향후 비전을 공유하면서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회사 전 직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으며 일부 임직원에게는 본인 주식을 팔아 스톡옵션을 주는 등 인력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상장 후에는 미국에 사무소를 개설해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직접 법인을 설립할지 현지 법인을 인수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또 “뉴미디어 관련해 작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는 회사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국내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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