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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육아 전문가가 주말을 포함해 부모가 가능한 시간에 맞춰 방문상담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나 행동상태를 알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서울시 동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신청하니 운 좋게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상담예약을 한 분이 어린이집을 오랜 기간 운영하며 아이들을 지켜본 육아 전문가라고 소개를 받은 터라 믿음이 갔다.
상담사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둘째는 또래와 비교했을 때 정상인가요. 왜 매일 떼를 쓰는 건가요. 버릇을 고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쏟아냈지만, 전문가는 20여 분 간 생활습관을 꼼꼼히 물어보고,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 뒤 나의 궁금증에 대해 하나하나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둘째 아이는 다른 아이와 비교해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것 빼고는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단계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언어능력을 키우려면 아버님이 아이가 표현하려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표현능력을 기를 수 있는 동요교실 같은 곳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답답한 가슴이 시원히 뚫리는 것 같았다. 둘째를 향한 걱정과 불안, 초조함이 어느 정도 씻긴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를 꺼냈다.
“첫째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관심이 둘째에 쏠려 큰 아들이 속상할 일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별로 표현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려서 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이런 불만이 쌓이다 보면 한꺼번에 표출될 수 있어요. 첫째를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 만이라도 둘만의 시간을 가지셔야 해요”
사실 그랬다. 다섯 살까지 부모의 관심을 오롯이 받던 첫째는 둘째가 태어난 뒤에는 늘 뒷전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힘이 들었을 텐데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바빴던 엄마·아빠와 떨어지다시피 했던 시간이 꽤 길었다.
아빠인 나는 그런 아이의 속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원칙을 세우고 균형 잡힌 훈육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는 언제나 내 편이란 감정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담 이후 상담사의 처방전을 되뇌며 한 시간 만이라도 첫째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럴 때면 첫째는 해맑게 웃고 즐거워해 되레 아빠인 내가 더 고맙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찾아가는 아버지교실’은 평소 자녀와 놀아 줄 시간이 없는 바쁜 아버지들의 직장이나 어린이집으로 찾아가 가정 안에서 아버지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자녀와 함께 체험하는 다양한 활동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거주자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교육신청은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02-318-8168) 또는 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02-1577-9337)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