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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12월) 생산자물가가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최근 5개월째 플러스(+)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기류다. 생산자물가의 변화는 소비자물가를 선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1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2월 생산자물가 잠정치’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00을 넘어선 건 2015년 9월(100.33) 이후 처음이다. 같은해 7월(101.40) 이후 1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월 대비는 물론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의 상승 폭(1.8%)은 최근 몇 년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는 추세적인 변화로 읽힌다. 지난해 8월(0.1%)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상승 폭도 더 커지고 있다.
생산자물가 변화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국내 시장에 처음 출하할 때의 가격을 조사해 지수로 만든 것이다. 지수에 포함된 상당수 품목의 첫 공급가는 여러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산자물가의 흐름이 곧 소비자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한 건 공산품이었다. 석탄·석유제품의 경우 그 상승률이 전월 대비 6.8%였다. 경유(11.2%), 나프타(12.9%)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제1차 금속제품의 상승률도 4.1%였다. TV용 액정표시장치(4.7%) 같은 전기·전자기기의 생산자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은 특히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도 컸다. 지난달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배럴당 52.08달러로 전월(43.90달러) 대비 10달러 가까이 올랐다.
공산품 외에 농산물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4.8%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뿐만 아니다.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96.33으로 전월 대비 1.0% 올랐다. 2015년 8월(96.91)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물가지수에 수출물가지수를 더해 지수화한 총산출물가지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총산출물가지수는 97.69로 1.3% 상승했다. 이 역시 2015년 8월 97.71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리플레이션 기류는 대내외적으로, 또 품목별로 전방위적인 현상이다. 한은이 집계하는 수출입물가지수도 최근 꿈틀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주요국의 물가도 오르고 있다.
국내소비자물가도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이 보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8%다. 지난해(1.0%)보다 0.8%포인트 오른 수치다.
◇용어설명
<리플레이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는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물가가 폭등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유발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즉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