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모텔 청소하던 청년, 숙박업계 큰 손 되다

채상우 기자I 2016.07.26 06:30:00

이수진 야놀자 대표 인터뷰
가난했던 시절 모텔에서 일 하며 사업가 꿈 키워
성인영화·음침한 분위기 없애니 고객 만족도 커져
전국 모텔의 30% 야놀자 가맹점..올해 매출 목표 720억
아시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 중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모텔은 저급하다는 편견을 없애고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야놀자의 미래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중저가 숙박시장의 선도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붉은색 네온사인에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 성인영화와 퀘퀘한 냄새. 모텔에 대한 이미지는 이처럼 음침하고 감추고 싶은 것들 뿐이었다. 엄연히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이지만 그동안 은밀하게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소 정도로만 치부된 모텔의 인식을 바꾼 기업인이 있다. 국내 최대 숙박 중개 플랫폼 ‘야놀자’의 이수진(39·사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사진=야놀자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자’가 꿈이었던 이수진 대표

이 대표는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 속에서 자랐다. 4살에 부친이 돌아가신 후 6살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할머니와 단둘이 같이 살았다. 농사일을 하며 할머니 품에서 자란 이 대표에게 남아 있는 할머니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었던 할머니도 이 대표가 중학교에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후 친척집과 친구집을 전전하며 생활했다.

이 대표에게 가난은 너무나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그는 “배고픔에 새벽마다 잠에서 깨곤 했다”며 “이 때부터 내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라는 단 하나였다”고 말했다.

군대 제대 후 그는 모텔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청소부터 비품관리, 정산관리까지 모텔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했다.

이 대표는 “모텔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완해야 할 점 고객들의 불만 사항 등을 알게 됐다”며 “대부분의 모텔 사업자가 60~70대여서 젊은 고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텔의 위치나 가격, 불결한 숙박 환경 등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없애면 모텔사업의 비전도 밝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5년 당시 1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던 모텔 사용자 인터넷 카페를 500만원에 인수했다. 10여명의 직원이 모여 전국 모텔과 관련된 정보를 취합하고 소개해주는 것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는 카페 인수 이듬해인 2006년 3월 1일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현재의 홈페이지인 야놀자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브랜드 이름을 ‘야놀자’로 지었다. 지금의 야놀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 대표는 “브랜드명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기 위해 ‘야 놀자’라고 말한 것처럼 모든 이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숙박문화를 조성하고 싶어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야놀자는 모텔을 중심으로 중저가 숙박업소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중개 플랫폼 업체로 성장했다. 국내의 3만5000개 모텔·펜션·게스트하우스·민박 등 중저가 숙박업소 가운데 약 30%인 1만개가 야놀자와 제휴했다.

매출도 지난 2012년 96억원에서 지난해 367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는 약 72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사업의 시작”이라며 “회사의 지향점인 ‘고객 불편 해소 노력’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야놀자 프랜차이즈 업소에 들어가는 숙박시설 컨셉. 사진=야놀자
◇온·오프라인 아우르는 숙박업계 큰 손으로 도약

이 대표는 단순히 업체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계자가 아닌 숙박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기업으로 야놀자를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돈을 벌었으면 했다”며 “이제는 한국에 더 좋은 숙박환경을 제공하고 관광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자부하는 가장 큰 변화는 ‘예약제’를 시장에 도입한 것이다. 이전까지 호텔이나 펜션처럼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모텔은 전무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올 때 숙박업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모텔의 예약제만 풀면 문제가 크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아울러 휴가철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큰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약제를 도입한 후 반응은 뜨겁다. 이 대표는 “모텔에 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모텔 예약을 하는 고객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숙박중개업을 하던 이 대표는 2011년부터 ‘야자얌’이라는 프랜차이즈 모텔 사업에 진출하면서 직접 모텔 운영에 나섰다. 현재 전국에 100여개의 가맹점이 있다.

이 대표는 “상권분석부터 안전관리, 화재관리, 세탁관리 등 세세한 모든 매뉴얼을 구축해 프랜차이즈를 관리하고 있다”며 “고객 만족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야자얌 모텔의 연매출액은 일반 제휴 모텔에 비해 약 20%가량 높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야놀자가 직접 운영하는 중저가 호텔 ‘코텔’을 런칭했다.

미술관 콘셉트로 만들어진 코텔은 복도, 객실, 로비 등에 1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전시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객실 안내 없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현재 서울 사당, 서대문, 경기 안양 등 6개의 코텔을 운영하고 있다.

야놀자가 직접 운영하는 숙박시설 ‘코텔’ 사진=야놀자
이 대표는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진출도 준비중이다. 아시아 지역의 호텔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해외 진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중저가 숙박산업의 변화는 단순히 야놀자의 이익 확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주변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료= 야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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