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이것이 알고싶다"

조선일보 기자I 2008.05.07 08:53:22
[조선일보 제공]


● 美쇠고기 궁금증 Q&A

1 한국인 유전자는 광우병에 약하다? 논문저자 "먹어도 된다"

과학적으로 입증되거나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1997년 소의 내장 등으로 만든 사료가 전면 금지되기 이전에 한국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한국인들이 광우병 진원지인 영국보다 먼저 광우병이 발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인용되는 논문 저자인 김용선 한림대 의과대학장도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에게 "미국산 쇠고기는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자신의 논문 내용이 쟁점이 된 이후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

2 美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 다르다? 구분없이 도축해 출하

정부는 "동일하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 먹는 쇠고기와 다른 나라에 수출되는 쇠고기는 똑같은 시설에서 도축·포장 공정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수출용은 수입하는 나라에서 요구하는 조건(연령이나 부위에 대한 제한 등)에 맞추어 보낼 뿐이지, 미국 내 판매용과 같은 쇠고기라는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축산 농가에서 소를 작업장으로 보낼 때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나누지 않으며 도축·출하할 때도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3 생후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위험? 위험물질 떼내면 안전

통계적으로 전 세계 광우병 감염소의 99% 이상이 30개월 이상의 소에게서 발생했기 때문에 30개월이라는 조건이 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광우병 원인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편도, 소장 끝, 머리뼈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다면 30개월 이상과 미만은 안전성에서 차이가 없다.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려는 것은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 수입 제한을 없앰으로써 다른 나라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상징적 조치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4 '30개월 이상' 한국에 몰아서 판다? 주로 24개월짜리 수출

김창섭 농식품부 동물방역팀장은 "미국은 사료값 부담 때문에 20개월 미만 때에 도축하는 경우가 90% 정도"라며 "나머지 10% 정도는 5~8년 사육한 젖소, 8~10년 사육한 새끼를 낳는 암소, 8~10년의 정액 채취를 위한 수소"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한국에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한국인들이 'LA갈비'를 선호해 갈빗살을 키우려 24개월 정도 키운 뒤 도축한다"면서 "24개월 이상이면 사료를 먹여도 고기가 늘지 않아 경제성이 없어 더 이상 사육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 117개국이다. 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의 나이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나라가 EU를 포함해 97개국에 달한다.

5 미국인들도 미국산을 꺼린다? 대부분 미국산 소비

미국의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자국산이 대부분(1140만t)이고, 수입산은 100만t에 불과하다. 수입산은 주로 햄버거 등에 갈아 넣는 용도로 쓰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인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품질에 대해 자부심이 강해서 수입산보다 미국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에 '미국이 호주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주장이 돌고 있지만, 호주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은 일본이다.

6 캐나다산이 미국산으로 둔갑? 美서 검역 철저히 실시

광우병 발생건수가 미국보다 많은 캐나다산 소를 미국에서 100일 이상 키웠다가 도축하면 한국 수입이 허용된다. 농식품부는 "100일간의 기간을 둔 것은 광우병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질병들에 대비한 것"이라며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광우병 위험이 없는 농장에서 사육되고 관리된 소만을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도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과 동일하게 '광우병 위험통제국가'(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능력을 갖춘 나라) 지위를 부여받았다.

7 美서 소 0.1%만 광우병 검사한다? 검사점수 국제기준 10배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따라 광우병 위험 높은 소를 중점 검사하고 있다. OIE는 모든 소를 검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육안으로 볼 때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를 중점 검사하는 방식으로 해당 국가의 광우병 안전성을 채점한다. 예컨대 정상적인 소를 검사하면 최저 0.01점밖에 안 주고, 광우병 증상이 있는 소를 검사하면 최고 750점까지 주는 식이다. 미국은 최근 7년간 OIE가 권고하는 기준보다 10배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8 육포·화장품·생리대도 광우병 유발? 위험물질 재료로 안써

10대와 주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근거 없는 궁금증 가운데 하나다. SRM을 제외한 소의 나머지 부분은 안전하기 때문에 다른 제품의 재료로 사용해도 역시 안전하다. 예를 들어 과자의 원료인 젤라틴, 화장품의 원료인 콜라겐 등은 주로 가죽에서 추출한다. 국제수역사무국은 쇠가죽은 광우병 원인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정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그동안 미국산 화장품, 소스류, 과자류를 수입해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9 美 치매환자 상당수가 인간광우병? 증세 분명하게 구분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노령층의 알츠하이머(치매) 확률은 미국(1.6%)보다 일본(2.8%), 한국(8.6%)이 더 높다. 의학적으로 알츠하이머와 인간광우병은 분명하게 증세가 구분된다.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연구조정실장은 "알츠하이머 환자 중 상당수가 알려지지 않은 인간광우병 환자라는 건 근거 없는 괴담에 불과하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터무니없는 통계를 마치 사실처럼 포장해 의혹을 제기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반박했다.

10 美, 동물성 사료를 몰래 먹인다? 금지 조치후 발병 없어

미국은 1997년 8월부터 소의 신체 일부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 못하게 하는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소에게서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척수를 재료로 만든 사료를 소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먹이지 않는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1년 뒤에 실시한다"고 공포했다.

11 광우병 발생때 수입중단 못시키나? 발생 사실만으로는 중단 안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놓고 수입반대 진영과 야당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함을 담보하기 위해서 검역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권리인 '검역 주권(主權)'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재(再)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7일 국회 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이 같은 주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검역 주권은 당연히 확보돼 있고, 이번 협상내용을 무효로 하고 재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①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중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 가능 국가 지위를 강등시키지 않으면 한국은 즉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검역 관련 조항이 첫 번째 논란거리다.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그것은 곧 검역주권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야당측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처럼 광우병 위험 통제가능국가로 인정받은 나라에서 생산한 쇠고기는 그 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실만으로는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국제 기준"이라고 밝혔다. 만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생길 경우 미국정부는 즉시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한국에 알리고 협의하도록 수입조건을 합의했기 때문에 우리의 검역주권은 확보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 중단을 시킬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②새 수입조건 시행 후 90일이 지난 뒤에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를 도축·가공하는 작업장을 승인하는 권한을 미국이 단독으로 가지기 때문에 쇠고기 생산 단계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길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역시 검역주권과 관련된 비판이다.

정부는 "보완 규정이 있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다. 우리 정부가 현지에서 표본 검사를 할 수 있고, 수입조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찾으면 미국 정부에 알려 해당 작업장을 수출 중단시키도록 할 수 있는 규정이 수입조건에 있다는 것이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우리 검역관을 미국 현지 공관에 상주시켜 미국 내 작업장 검사를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③"SRM은 도축된 소의 나이에 따라 수입금지 부위가 다른데 수입조건상 미국이 소의 나이를 표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광우병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5일 '미국산 쇠고기 검역기준 및 세부방안'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서 SRM이 발견됐을 경우 미국이 30개월 미만인 소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전량 반송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2 수입조건 재협상 못하나? 특별 상황때만 개정요구 가능

이 같은 문제점을 들어 지난달 18일 한·미 간에 체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무효로 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6일 '미국산 쇠고기 관련 2차 설명회'에 나와 "(이번 수입조건을 무효화하거나 중단시키고 새로운 협상을 하는)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수차례 밝혔다.

민 통상관은 다만 "(이번 수입조건이 발효된 뒤에) 국제적 기준이 변경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가능 국가 지위에서 강등되는 등 특별한 상황이 있으면 개정 요구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우병·인간광우병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주저앉기 일쑤고 심한 경련 후 숨진다. 역학조사 결과 광우병은 양과 소의 사체를 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먹였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각국에서 소 등 반추(反芻·되새김질) 동물을 원료로 한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결과 1992년 3만7280건에 달했던 광우병 건수가 지난해 141건(0.4%)으로 줄었다. 인간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었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가 10년 정도이며 주로 30대 이전에 발생한다. 우울증과 하반신 마비 등의 증세를 보이다 대개는 사망한다. 지금까지 207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보고됐다. 미국인은 총 3명이 걸렸는데 모두 영국 등 외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가축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172개국 정부가 참여한 국제기구. 세계무역기구(WTO)는 회원국들로 하여금 쇠고기 수출입 관련 안전성 기준을 기본적으로 OIE의 권고 내용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특정위험물질(SRM)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소의 부위. OIE는 미국처럼 광우병을 스스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국가에서 생산된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편도·소장 끝부분 등 2개 부위, 30개월 이상 소는 편도·소장 끝부분·등뼈·등뼈 속 신경·머리뼈·뇌·눈 등 7개 부위를 SRM으로 규정하고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OIE는 미국·캐나다·칠레·브라질·스위스·대만 등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controlled)'로 지정했다. 이는 광우병 소를 생산하지 않을 수 있는 관리시스템과 능력을 인정받은 국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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