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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휘발유..정유사들도 할 말 있다?

정영효 기자I 2007.06.13 08:33:06

환경단체 반발과 규제 영향으로 1976년 이후 신축 `전무(全無)`
인력난과 원자재價 상승도 발목잡아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며 사상 최고 수준을 지속하자 정유사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유사들이 정유 설비 확충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휘발유 가격 상승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최대 정유사인 발레로 에너지가 최근 텍사스주와 캐나다 퀘벡주의 설비 확장 계획을 연기한 것을 비롯, 코노코필립스와 테소로 등 주요 정유사들이 설비 투자 계획을 잇따라 연기 또는 철회했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자 소비자 단체들은 물론 의회까지 정유사들이 설비 투자를 줄여 고유가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정작 정유사들은 이같은 비판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설비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정유사 확장계획, 비용상승에 지체(Rising Costs for Refiners Delay Expansion Projects)`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 정유사들의 항변을 전했다.

◇설비투자 `못하게 할 때는 언제고..`..환경단체 반발·정부 규제에 `진력` 

미국 정유사들의 생산력 추이
미국 정유사들은 설비 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먼저 환경적인 요인을 들었다. 수년간 계속된 저유가로 투자 여력이 감소한 데다 환경단체들의 반발과 정부의 규제 강화로 발목이 잡혔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의 압력과 정부의 규제에 이골이 난 정유사들은 이 때문에 유가가 강세로 전환한 최근 들어서도 설비 신축보다는 기존 설비를 확장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1976년 이후 미국에서 정유 설비가 신축된 경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투자도 여건이 맞아야`..숙련공 부족하고 원자재價 비싸 `발만 동동`

설비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도 휘발유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중국 및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유가가 상승 일변도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현재 상황은 정유사들에 있어서도 설비 확충의 기회다. 그러나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데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설비 투자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정유사들의 설명이다.
2005년 허리케인 피해 당시 침수된 걸프만 연안의 정유시설


2004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비용 부담은 대형 허리케인이 정유 시절이 집중된 멕시코만 연안을 강타한 2005년 절정에 달했다. 숙련된 노동력의 대부분과 막대한 양의 원자재가 허리케인 피해를 복구하는 데 투입되었고, 그 결과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재원은 고갈되었다.

그렉 킹 발레로 에너지 회장은 "2004년 이후 멕시코만 연안지역에서 철강 가격은 74%, 숙련공 임금은 60% 치솟은 반면 이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력은 35%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해외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코노포필립스도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일일 50만배럴 규모의 정유 시설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제임스 멀바 코노코필립스 최고경영사(CEO)는 "비용의 `도전` 앞에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실토했다.

◇`Show must go on`..인력 창출·비용 절감 통해 공급확대 총력

그러나 정유사들이 `나몰라라`하고 고유가를 방조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꾸준히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발레로 에너지는 최근 텍사스 포트아서 정유 공장의 생산 능력을 일일 29만5000배럴에서 32만5000배럴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델라웨어주 공장의 생산량을 일일 2만배럴 가량 증가시키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마라톤 오일사는 루이지애나 개리빌 정유 공장의 생산 능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초 22억달러로 추산됐던 건설 비용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32억달러까지 늘었으나 마라톤 오일 측은 공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인력 및 원자재난을 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마라톤 오일은 올해부터 직업 교육을 실시해 숙련공을 직접 키워내고 대량 구매를 통해 원자재 가격 부담을 던다는 계획이다.

"거대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크리스 폭스 마라톤 오일 대변인은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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