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유리 지갑’ ‘유리한 지갑’ 만들기

[조선일보 제공] 개인사업자 전용 은행 통장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오는 6월까지 ‘사업용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사업자 4만명 등 자영업자 60여만명을 노린 것.

사업용 계좌는 통장에 본인 이름과 사업체 상호명이 함께 표시되는 특징이 있다. 자영업자의 필수품이 된 만큼 은행마다 다른 통장 특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사업용 계좌 없으면 가산금

지난해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연간 매출액이 3억원 이상인 도소매업자, 연매출 1억5000만원 이상인 음식·숙박·제조업자, 7500만원 이상인 부동산 임대업자와 서비스업자는 사업용 계좌를 의무적으로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또 변호사·의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직 개인사업자는 매출액에 상관없이 사업자 전용 통장을 터야 한다.

자영업자의 지갑도 ‘유리 지갑’으로 만들어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기한은 오는 6월까지인데, 기한 안에 은행에 가서 사업용 계좌를 만들면 은행에서 세무서 신고를 대행해 준다. 7월부터는 사업자가 직접 관할 세무서를 찾아가 사업용 계좌로 쓰려는 통장 사본과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석호영 국세청 소득세과장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금융계좌라도 금융기관을 찾아 통장에 업체의 상호를 병기하고 사업용 계좌라는 문구를 표기하면 사업용 계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용 계좌를 개설하지 않았거나, 신고하지 않은 납세자는 내년부터 수입금액의 0.5%가 가산금으로 부과되고, 중소기업 특별 세액감면 등 각종 공제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각종 수수료 면제… 아르바이트생 검색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사업자 전용 통장 신상품을 만들어 수수료 면제와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더 뱅크 사업자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가입만 하면 3개월 동안 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와 마감 후 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를 월 10회 면제 받는다. 탑스 비즈카드를 함께 발급 받으면 연회비를 5년 동안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인쿠르트㈜의 아르바이트생 검색상품권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통장 잔고 월 100만원 이상, 혹은 신한카드나 LG카드의 월 사용실적 100만원 이상 등 6가지 조건 중 2가지를 충족하면 금리와 환전 수수료 등을 우대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부자 되는 사업통장’은 신용카드 매출과 입금 내용을 비교 관리할 수 있는 ‘종합매출 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 통장의 금리는 매일 정산되는데,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이 많을수록 높아진다. 500만원 미만이면 이자가 없지만, 1억원 이상 남아 있으면 연 3.3%의 이자를 주는 식이다.

이달 말 출시되는 국민은행의 ‘사업자 우대 종합통장’은 인사·노무 컨설팅 수수료를 할인해 주고 4대 보험 업무를 무료로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담을 예정이다. 택배회사와 제휴해 택배 비용을 최대 40%까지 할인해 줄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소호천사 비즈 어카운트’는 다른 사업자 통장과 달리 금리가 높은 특징이 있다. 예금액에 상관없이 연 2%의 금리를 준다. 창구에서 우리은행 다른 계좌로 입금할 때 수수료를 받지 않고, 비정액 자기앞수표 수수료도 면제해 준다.

외환은행의 ‘개인 사업자 종합서비스’에 가입하면, 가입 즉시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이체 수수료가 1년간 면제된다. 카드 가맹점 사업자는 최대 7000만원까지 무보증 신용대출을 해준다.

기업은행의 ‘대한민국企UP 통장’에 가입한 뒤, 기업은행의 ‘자금관리서비스’(월 4만3000원)를 신청하면 회계소프트웨어 구입비 및 설치비가 면제된다. 통장에 평균 300만원씩이 들어 있으면 월 5~20회 은행 수수료가 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