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미국의 소비자운동가 랄프 네이더가 무소속 후보로 미국 대통령선거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네이더는 22일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과 공화당은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난한 뒤 "극소수의 손에 너무 많은 부와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 미국의 당면 문제"라고 주장했다.
랄프 네이더는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코네티컷에서 태어났다.올해 꼭 70세다.프린스턴대 학부와 하바드 법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60년대 초부터 시민운동가로 미국의 소비자운동에 투신한 인물이다.네이더는 정치적으로는 이른바 제 3세력을 대변한다.그런 점에서 그는 "공화-민주"라는 뿌리깊은 양당체제에 도전한 정치적 이단아다.
네이더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전국 유효표의 2.7%를 획득했으며 특히 마지막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에서 약 10만표를 얻어 민주당 지지기반을 잠식했다.그래서 부시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와 뉴햄프셔에서 2~3%의 표차로 민주당 대선후보인 앨 고어를 이겨,해당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했기 때문.
한편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지사는 마침내 대통령후보를 위한 민주당 당내 경선을 포기했다.그는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경선포기를 발표하면서 "그러나 보통사람들의 미국을 만들기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딘은 사퇴연설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했다."저기 휘날리는 성조기를 보라.우리 모두의 깃발이다.딕 체니만의 것도,존 애쉬크로포트만의 것도 아니요,러시 림보만의 깃발도 아니다"(딕 체니는 부통령이며,존 애쉬크로포트는 법무부장관이고,러시 림보는 극우보수주의적 성향의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다)
미국 대선의 열기가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 광고가 내달 4일 첫 방영된다.부시 진영은 이미 정치자금으로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모금해 놓은 상태며,이중 TV광고에만 1억 달러를 쏟아부을 태세다.부시 진영의 선거전략가들은 첫번째 TV광고는 책임 여당으로서의 공화당 이미지를 선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민주당도 TV광고를 한다.정치광고에 3700만달러를 집행할 계획이며,이중 부시의 실정을 강조하는 광고에만 1700만달러를 사용한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각종 이해집단과 이익집단들이 표를 매개로 얽히고 설켜 싸우는 과정이다.보수주의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공화당이며,진보주의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민주당이다.공화와 민주 양당은 권력을 잡기위해 서로 싸우며,또는 권력을 유지하기위해 서로 협조하기도 한다.그것이 미국 정당의 역사다.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협조해 양자간의 균형이 적절히 유지돼 왔다.
이같은 미국의 모습을 바꾼(?) 계기는 9.11이다.적어도 바뀐 것처럼 보였다.미국은 9.11 이후 급속히 보수화돼,미국의 이익에 대한 반론은 금기시됐다.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미국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졌고,진보주의자들은 숨을 죽였다.특히 테러와의 전쟁에 이어 이라크와의 전쟁은 "국가이익"을 신성불가침한 영역으로 간주하도록 만들었다.그 와중에서 "애국법"이 발효됐고,테러용의자에 대한 인권침해나 불법체류자나 비시민권자에 대한 각종 불이익 역시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선거가 그런 미국사회의 모습을 다시 바꾸고 있다.급속하게 "우향우"의 과정을 겪은 미국사회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왜곡 스캔들은 미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정직성"을 새삼 일깨우는 이슈다.법원이 9.11 테러용의자에 대한 장기간 구금을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도 인권에 대한 경박하지 않은 접근이다.
동성간의 결혼이 대선의 중요 이슈가 된다거나,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들을 TV 매체에서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사회 변화의 반증들이다.새는 역시 "좌우" 양날의 날개로 난다는 사실을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