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시간에서 소득으로 변경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준을 근로시간 월 60시간(주 15시간) 이상에서 월 보수 합산액 80만원 이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주당 평균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생계 유지를 위해 여러 일을 하는 n잡러, 건설 현장 일용직 근로자 등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 국민 고용보험의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용보험 적용 기준 변경은 고용안전망을 단시간·저소득 근로자 쪽으로 훨씬 더 넓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기준 변경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를 상용직은 162만 명, 일용직은 26만 명 늘릴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고용노동부는 실제 고용보험 추가 가입자가 35만 명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효과 전망의 편차가 이렇게 큰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좀 더 정교하게 효과 분석을 하고, 전망의 상세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최소 수십만 명의 근로자가 추가로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될 텐데 고용보험기금이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공교롭게도 현재 고용보험기금은 재정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 17조원을 넘어섰고, 이에 따라 고용보험기금이 6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을 보면 기금 전체는 796억원으로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기금 내 실업급여 계정은 5조 9933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준 변경으로 가입자가 늘어나면 보험료 수입도 물론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추가 가입 대상자들은 대체로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실업급여 등 지출 수요가 더 많이 증가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기금 재정 건전성 제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재정이 부실해서는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기준 변경 이전에 확실한 기금 재정 건전성 제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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