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 잠실 개표소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에서 지난 5일 시작된 밤샘 시위가 오늘로 나흘째다. 시위에 나선 수만 명의 시민들이 경기장 출입문을 봉쇄해 선관위 직원들이 한때 안에 갇혀 있었고, 개표를 마친 투표함이 이송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당들이 이구동성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질타하고 있고, 중앙선관위 노태악 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다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재개되는 등 혼란이 빚어진 초유의 사태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배정된 투표용지가 바닥날 지경에 이르러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추가로 보낸 투표소가 67곳이었고, 그 가운데 50곳에서 추가 투표용지가 사용됐다.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2곳이었다. 투표소에 갔다가 발길을 돌리고 투표를 포기한 시민도 일부 있을 것이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할 것 같다는 투표소의 보고에 지역선관위와 중앙선관위가 즉각 대응하지 못해 투표용지 추가 공급이 여러 시간 지연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선거 관리를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선관위가 투표용지 수요 예측과 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게다가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은 사전에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 경우 대응 체계가 미비했다는 것은 선관위의 존재 이유마저 의심케 한다. 이번 사태는 기술적 오류 때문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선관위 조직이 썩을 대로 썩어버린 탓이다.
무엇보다 선관위가 독립적 헌법기관 지위를 갖고 있어 외부 통제·감시를 받지 않고, 법관이 중앙 및 각급 선관위원장을 비상임으로 겸임하는 현행 제도가 전문성과 책임성 관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친인척 특혜 채용이 다반사로 저질러지는 등 내부 부패가 심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선관위를 지금 상태로 놔둬서는 선거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그 원활한 작동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다. 여야가 조속히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검 수사를 발동하고, 선관위 개혁 방안을 논의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