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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케데헌에 가려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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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기자I 2025.08.21 04:2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대통령님, 휴가 가시면 케이팝데몬헌터즈 보세요.” “아, 벌써 봤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8월 초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참모진과 나눴을 대화를 상상해봤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이나 영화 등을 추천했다. 그중 하나가 넷플릭스에 올라온 ‘케이팝데몬헌터즈(케데헌)’였다. 참모들은 세계인이 공감한 한국 관련 콘텐츠에 대통령도 애정이 깊을 것이라고 여겼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그런데 대통령은 이미 케데헌을 봤다고 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본 것이다. 그 시점(7월 말~8월 초) “케데헌이 뭔가요?”라고 물을 참모진이 대통령실에 수두룩했을 텐데, 대통령이 먼저 봤다고 해서 놀랐다고 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K콘텐츠에 각별하다.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 브랜드인 ‘K이니셔티브’의 핵심은 콘텐츠였다. 20일에는 이들 콘텐츠 제작자들을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 상품을 전 세계에 더 알리고 성장할 수 있을지 현장의 의견을 듣고 싶어 했다.

대통령뿐만 아니다. 20세기를 살았던 기성세대도 K콘텐츠를 응원한다. TV 브라운관과 영화관 은막을 통해 비춰지던 미국과 유럽을 동경하며 자랐던 이들이다. 그 나라에서 간간이 나오는 한국의 모습은 가난한 작은 나라였다.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치른 나라였지만 여전히 조악한 이미지로 묘사됐다. 이런 기억이 있었기에 오늘날 전 세계인들의 환영을 받는 K콘텐츠가 신기하기만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지금의 시대를 본다면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

다만 지금의 환호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국 콘텐츠 산업 피라미드의 꼭대기와 같은 글로벌 작품은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밑의 구조는 점차 허약해지고 있어서다.

과거보다 약해졌다고는 하나 대형 방송사나 영화 배급사가 주도하는 유통 시스템은 여전히 강고하다. 그 안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열악하다. 외주 스튜디오까지 넓히면 과로사가 우려될 만큼 강도 높은 노동과 저열한 처우를 감당해야 하는 PD들이 많다. 최정점에 있는 스타들은 헐리우드급 배우에 버금가는 출연료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배우는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방송사가 지급하는 ‘부족한 제작비’를 보충하기 위해 PD가 직접 광고·협찬을 얻으러 뛰어다닌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K콘텐츠 제작을 이어갈 후배 양성이다. 한 외주 제작 PD는 현장에서 일하려는 젊고 전도유망한 인재들의 지원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산업군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는 이유도 있지만, 노동 강도와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에 학을 뗀 이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주 제작 PD나 스태프의 사망 사고가 뉴스에 나왔다. 법리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화려한 한국의 K콘텐츠 저변에는 아등바등 버티며 일하는 다수가 있다. 지난 10년간 숱한 사고가 있었고 방송·영화 콘텐츠 업계 판도도 바뀌었지만 그 구조만은 변함 없다. 국내 콘텐츠 제작 생태계 전반이 암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여파는 이들이 받게 된다. 이들이 무너지면 지속 가능한 K콘텐츠의 시대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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