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 머크(MSD)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 및 가다실9’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은 39억 40000달러(당시 한화 약 4조6492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25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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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모든 연령의 남녀를 감염 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암 환자의 약 70%가 HPV 16 또는 18 등의 감염으로 인해 발병하며, 남성의 생식기 사마귀 발생 사례의 약 90%가 HPV 6 또는 11 등의 감염을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D가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한 가다실은 HPV 6, 11, 16, 18 등을 예방한다.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9~26세 여성에게 사용하도록 가다실을 최초로 허용했다. 이후 FDA는 2009년 8월 청소년 및 잠재적 성행위가 시작되기 전 남녀 모두가 가다실을 예방접종할 것을 권장했으며, 2010년에는 9~26세 사이 4종의 HPV(6 11,16, 18) 유형으로 인한 항문암 등 예방 관련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도 성공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2007년 가다실을 최초로 허용한 뒤, 현재는 9~26세 사이 남녀 모두에게 이 약물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MSD는 이후 기존 가다실에 5종의 HPV 유형(31, 33, 45, 52, 58)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는 ‘가다실9’를 개발해 2014년 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식약처도 가다실9를 2016년에 허가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가다실9는 여성(9~45세)과 남성(9~26세) 대상으로 3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2번째 접종은 최초 접종 후 2개월 후에 실시하며, 3차 접종은 최초 접종 후 6개월 후에 접종하게 된다.
가다실 및 가다실9의 경쟁 제품으로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2종의 HPV(16, 18) 예방 백신 ‘서바릭스’가 있다. 서바릭스는 2007년 호주에서 9~45세 사이 여성에서 HPV 감염 예방을 위해 쓰도록 최초 허용됐다. 이후 유럽의약품청(2007년)과 식약처(2008년), FDA(2009년)로부터 이 약물이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이 약물은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9~25세 이하 여성에게 3회 접종하는 방식으로 허용된 상태다.
사실상 가다실 및 가다실9는 예방 가능한 HPV 유형 및 접종 가능 연령 등에서 경쟁 제품인 서바릭스 대비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학계에서 진행된 두 약물 간 안전성 및 효능 등과 관련한 비교 연구에서 서바릭스 2회 접종 시 16 및 18 등 2종의 HPV 유형에 대한 항체 생성도는 같은 횟수로 접종한 다른 동종계열의 제품 대비 12개월 후 항체 생성 효과가 최대 약 5배까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 가다실9에 대한 가파른 가격 인상 논란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산부인과 병원급 이상 484곳을 조사해 집계한 결과, 현재 가다실9의 접종가는 3회 접종 시 기준 평균 60만6014원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지난달 한국MSD는 오는 7월부터 세금을 포함한 가다실9의 공급 가격을 기존 13만4470원에서 8.5% 인상해 14만5900원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해당 약물의 공급 가격을 15% 올린 지 약 1년 만에 추가로 가격을 올리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MSD 측은 세계적인 HPV 백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근 약 10억 달러 (한화 약 1조2520억원)의 생산 시설 투자를 진행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가다실9의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현재 국내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중 76%에 이르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가다실9에 대한 가격 인상이 독과점 지위를 남용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