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41억9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4조9442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21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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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골수종은 골수(뼈)에서 분화돼 증식하는 플라스마 B세포(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다잘렉스의 성분인 다라투무맙은 얀센과 덴마크 제약사 젠맙(Genmab)이 다발성골수종치료를 위해 개발한 단일클론항체다. 다라투무맙은 B세포 및 자연살해(NK)세포, CD4+림프구, CD8림프구 등의 표면에서 발견되는 수용체 ‘CD38’을 타깃한다. CD38은 세포간 결합, 칼슘신호전달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플라스마 B세포의 표면에서 매우 흔하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라투무맙은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다발성골수종 치료를 의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양사는 FDA로부터 2015년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3차 치료제로 다라투무맙을 최초로 승인받았으며, 다잘렉스란 상품명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이듬해인 2016년 유럽의약품청(EMA)도 같은 적응증으로 이 약물을 승인했다.
FDA는 또 2016년 최소 1번 이상 다른 약물로 치료를 받은 적 있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레날리도마이드나 항염증제로 널리 쓰는 덱사메타손 등과 다잘렉스를 병용투여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추가 승인했다. 레날리도마이드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의 선두주자인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가 판매 중인 레블리미드의 성분명이다. 레블리미드는 2020년 세계에서 12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4조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의약품 중 판매율 3위를 기록한 약물이다.
최근에도 얀센과 젠맙은 다잘렉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제형 변경 및 해당 약물의 적응증 추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양사는 정맥주사(IV)형인 다잘렉스를 미국 할로자임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와 섞어 피하주사(SC)형으로 제형을 변경하는데 성공했다. 이 약물을 ‘다잘렉스 파스프로’라 명명했으며, 2020년 FDA의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는 피부에 있는 당사슬을 잘게 부숴 약물이 지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할로자임과 국내 알테오젠(196170) 등 두 기업이 제형변경을 위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얀센은 FDA로부터 지난해 12월 3차 이상 치료를 받은 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다잘렉스와 암젠의 ‘키프롤리스’(성분명 카르필조밉), 덱사메타손 등을 병용투여하는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은 바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기존 다잘렉스는 2017년, 피하주사형인 다잘렉스 파스프로는 2020년에 승인했다. 현재 다잘렉스는 국내에서 단독요법 뿐만아니라 덱사메타손 등과 병용요법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잘렉스 파스프로 역시 조혈모이식이 적합하지 않은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레블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 병용투여하는 요법 등 총 6가지 적응증으로 승인됐다.
다잘렉스는 국내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중 2020년 기준 매출 3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같은 시기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가운데 국내 매출 1위는 키프롤리스(394억원)였다. 레블리미드는 325억으로 2위를 차지했다. BMS의 포말리스트(138억원, 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 다잘렉스(109억원), 얀센의 벨케이드(101억원, 성분명 보르테조밉)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 4월 중재재판소가 얀센과 젠맙이 벌이고 있는 로열티 분쟁에 대해 얀센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9월 얀센이 할로자임에게 줘야하는 로열티 등을 근거로 젠맙에게 주는 로열티를 줄이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재판소 측은 우선 중재를 위해 두 가지 선택 옵션을 젠맙 측에 제시했다. 하나는 할로자임에게 지불할 로열티의 일부를 젠맙이 지불하는 것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젠맙이 보유하고 있는 다잘렉스 물질특허에 대한 얀센의 로열티 지급 의무를 연장할지에 대한 결정이다. 해당 특허는 2030년 전후로 만료될 예정이다. 젠맙은 올해 말까지 이에 대해 검토해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를 통해 최종 중재심판이 내려질 전망이다. 젠맙이 어떤 선택을 한다해도 얀센은 로열티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