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 발전의 장애물이 아니다"-KB

고준혁 기자I 2021.10.15 08:33:24

①''탈탄소 세계''서 석탄, 석유 기업들은 케펙스 안 늘릴 것
②화석연료 변동성에 에너지 수요자들 친환경 전환 가속화
"석탄의 1920년대 석유 출현 때도 비슷, ''세븐 시스터즈'' 중동으로"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그린플레이션’이 현재 화석 연료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결국엔 친환경 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변동성이 커진 화석 연료를 쓰는 기업과 지역이 비교적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엔 화석 연료가 세상에 많이 필요해 재생에너지는 뒷전으로 밀린 것 같지만, 그린플레이션은 구조적으로 친환경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친환경 전환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그린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런데 이것이 친환경(원전 포함) 발전 장애물이 될 거란 의견을 어떻게 생각이 있는데, 오히려 친환경을 촉진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그린플레이션이 어느 때보다도 화석 연료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화석 연료를 포기하는 일이 더 빠르게 진행될 걸로 보았다. 이번 에너지 대란으로 피해를 본 것은 화석 연료를 많이 쓰는 기업, 지역이고, 이들이 교훈을 얻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탈탄소 시대로 가는 과정을 아는 석탄, 석유 기업들이 자본적 지출(케펙스·Capex)을 늘리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가격이 급등했으니 석탄, 석유 기업들이 케펙스를 공격적으로 늘릴까? 아닐 것이다”라며 “탈탄소 세계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계속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향후 화석연료의 가격 급변동이 빈번할 텐데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까”라며 “화석연료에서 최대한 빨리 탈출하려고 할 것으로, 늦게 탈출할수록 고통은 커지고(인디아, 중국) 가계도 마찬가지 결정을 할 것(친환경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에너지 대란에서 이 연구원은 인도와 중국뿐 아니라 유럽도 피해를 크게 입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유럽은 천연가스의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급이 불안해질수록 러시아는 ‘가스를 무기화’할 것”이라며 “최근 유럽에서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원전)이 급부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화석연료의 공급과 가격의 불안정성 탓에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 및 지역, 개인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 거란 것이다. 이에 따르면 당장 화석연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확장이 주춤해지는 것이 아니라, 빨리 퍼지게 된다. 비슷한 예로는 1920대가 있다. 석탄을 사용하는 시대에 석유란 새로운 에너지원이 출현했을 때다. 석탄 생산 기업들이 채굴을 멈췄고, 석유 수요는 늘었다.

이 연구원은 “192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록펠러의 석유에 밀린 석탄은 1910년대 이후 투자가 급감했고 가격은 급등했는데, 그렇다면 이것 때문에 석유 수요가 줄었을까. 반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가격이 불안정한 석탄에서 석유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내연 자동차 보급도 빨라졌고 결국 더 많은 석유가 필요했던 기업들은 ‘세븐 시스터즈’를 결성해 중동으로 향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