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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한때 창조경제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던 ‘아이카이스트(iKAIST)’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즉각 상표 사용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아이카이스트는 이를 거절했고, 한국과학기술원은 아이카이스트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등의 위반으로 소를 제기했다. 당연하게도 법원은 한국과학기술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아이카이스트는 항소와 동시에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기각되자 2019년 7월 헌법소원을 냈다.
심판대상조항인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나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상품 판매·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간판·외관·실내장식 등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을 포함한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아이카이스트측은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의 결정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대상이 되는 타인의 영업표지를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 즉 주지성(周知性)을 갖춘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때 주지성이라고함은 어느 영업표지가 국내 수요자 사이에 자타식별 및 출처표시기능을 가지는 특정인의 영업표지라고 널리 인식되고 알려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법원 역시 일관되게 이에 관한 해석기준을 제시해오고 있으므로, 법집행기관이 심판대상조항의 위 부분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또 ‘영업주체 혼동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정의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한 영업주체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소비자 등 일반 수요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면서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원활한 작동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므로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헌재는 청구인(아이카이스트)이 자신이 한국과학기술원의 실제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지 않았음에도 타인의 영업표지와 혼동할 수 있는 유사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업표지에 사용자의 신용이 화체되었고, 타인이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영업표지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들이 영업의 주체에 관하여 오인이나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제적 이익의 침해 혹은 침해가능성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보호를 거절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타인의 명성이나 신용에 무단 편승하려는 부정한 경쟁행위를 방치하는 것으로 실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를 받기 전에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하는 것이 되므로 부정경쟁방지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부정경쟁방지법이 헌법 제23조와 제119조의 취지에 따라 경쟁의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불공정한 경쟁행위를 적절히 규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경제활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법률이란 점을 헌재가 강조한 것에 의의가 있다.
또한 실제 경제적 이익의 침해나 침해가능성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의 목적은 ‘타인이 만들어놓은 신용과 명성에 무단 편승하려는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것임이 명확해졌다.
반대로 주지성을 갖춘 영업표지와 동일·유사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더라도 영업주체에 관하여 오인이나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여전히 자유로운 경쟁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이 헌재의 결정에서 설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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