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에 따라 오는 25일부터는 은행 실명 계좌를 받은 거래소만 원화 거래 서비스를 할 수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명 계좌를 받아 사업자 신고라는 ‘큰 산’을 넘은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네 곳뿐이다. 이중 가장 먼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냈던 업비트는 지난 17일 신고가 수리됐다. 빗썸, 코인원, 코빗도 순차적으로 신고가 수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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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시선은 ‘다크호스’ 고팍스에 쏠려 있다. 실명계좌 없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만 가진 거래소 중 유일하게 “원화마켓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는 공지를 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거래소들에 폐업이나 일부 영업 종료 시 최소 일주일 전에 공지를 해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이 지난주 무더기로 원화마켓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고팍스만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한 거래소 대표는 “금융위원회의 설명대로라면 원화마켓을 닫으려면 최소 일주일 전 공지를 하고, 정리 매매를 할 수 있는 일주일의 시간을 준 뒤 종료해야 코인간 거래소로 신고할 수 있다”고 했다. 원화마켓 종료 공지가 늦어 정리 매매 기간이 신고 마감일을 넘기면 코인간 거래소로도 신고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해석이다.
다만 고팍스는 이와 달리 “원화마켓 지원이 불가할 것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별도 공지를 통해 원화 거래 및 입출금 지원 종료에 대해 안내하겠다”며 원화마켓 종료 여지를 남겼다.
결론적으로 고팍스가 원화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 구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여전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암호화폐 시장이 25일부터 4개 거래소로 출발하는 것이지만, 고팍스를 더한 ‘4+1’ 체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래소들의 속내를 알 순 없지만, ‘독과점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업비트 입장에선 원화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거래소가 한 곳 더 나오는 후자가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신고를 마친 네 개 거래소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코빗에는 후자가 반가울 리만은 없다. 원화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거래소에서 이탈할 수 있는 고객들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 상대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거래량으로 본다면 고팍스는 코빗보다 규모가 크다. 코인마켓캡 기준 20일 오전 11시 고팍스의 일일 거래대금은 445억원, 코빗은 215억원 수준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판이 다시 짜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빗썸은 사업자 신고를 마치자마자 한꺼번에 200여 명의 IT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나섰다. 단일 규모로는 업계 최대로, 업비트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모양새다. 기존 4개 거래소 가운데 상장된 코인이 가장 적었던 코빗은 최근 상장 코인의 수를 66개까지 늘리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