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에밀리 정민 윤(29)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4일 국내에 출간되는 자신의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열림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윤 작가는 “책 제목에서 ‘우리 종족’은 곧 인간을 가리키는 것”이라며 “인간의 잔인함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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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윤 작가가 이민자 여성 시인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해 전 세계 여성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쓴 시를 엮은 책이다. 2018년 미국에서 출간돼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인들에게 생소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윤 작가는 한국어 번역본 출간을 맞아 8월 초 내한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 중인 관계로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은 실시간 화상 중계로 진행됐다. 윤 작가는 “내 시집이 한국에서 출판되는 것은 꿈도 못 꿨다”며 기뻐했다.
윤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현지에서 주변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잘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뉴욕대에서 석사 과정을 다니며 유색 인종의 동료 시인들과 함께 우리의 훼손되거나 삭제되고 잊혀가는 이야기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많이 이야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일본군 성노예 제도에 대한 논문을 준비했고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시집은 총 4개의 챕터로 나뉘어 35편의 시를 수록했다. 두 번째 챕터인 ‘증언’이 가장 눈길을 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시로 구성한 시 ‘증언들’을 담았다. “미군들이 내게 DDT를 너무 많이 뿌렸고 / 이가 전부 떨어져 나갔지 / 12월 2일이었다 / 나는 자궁을 잃었고 / 이제 일흔이었다.” 위안부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는 윤 작가의 언어로 재현돼 실려 있다.
윤 작가는 “일종의 콜라주 기법으로 쓴 시”라며 “이미 텍스트로 존재하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시의 형태로 바꾸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백을 많이 사용하고 시를 읽을 때도 더듬으며 읽도록 해 독자에게도 불편함이 전해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그는 “단순한 재현은 폭력이 되기 쉽다고 생각해 내가 이 이야기를 써도 되는지를 질문했다”며 “미국인 친구들이 ‘한국어를 하고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해 알고 시를 쓰는 여성인 네가 아니면 누가 이 시를 쓰겠느냐’고 말해줘 용기를 냈다”고 부연했다.
윤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전쟁에서의 폭력,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폭력을 섬세한 문장의 시로 썼다. 한국어 번역은 소설가 한유주가 맡았으며 영어 원문도 함께 수록했다. 그는 “분노와 슬픔을 재료로 쓴 책이지만 그 뒤에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랑이 있다”며 “앞으로는 ‘셀프 케어’라는 관점에서 사랑을 말하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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