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완화법은 대형교회 특혜법"

최훈길 기자I 2019.03.31 10:51:22

‘종교인=근로자’ 최초 판결 받은 안기호 목사 인터뷰
“대형교회만 특혜, 근로소득세 이어 퇴직세도 특혜”
“총선표 겨냥한 국회의원들 착각, 소탐대실 될 것”
기재부 찬성, 민주당 법안 상임위 통과, 5일 본회의

한국납세자연맹,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7년 8월24일 국회 정문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 발의 국회의원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여야 의원 25명이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에 참여했다. 이후 반발이 커지자 작년 1월1일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다. 하지만 시행 1년여 만인 올해부터 종교인 퇴직금 과세 완화가 추진된다.[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현직 목사가 종교인 과세 완화법에 대해 공개 비판했다. 종교인도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공평하게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일부 대형교회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안기호 목사(서울 신림동 주님의교회)는 31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직자들도 일반인들과도 똑같이 세금을 공평하게 내야 한다”며 “여당이 기독교 표를 의식해 이런 특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목사는 2014년 3월 ‘종교인도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을 최초로 받아내 종교인 과세의 토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어 작년에는 “종교인이 솔선수범해 일반인보다 1원이라도 세금을 더 내려고 해야 한다”며 종교인 과세혜택이 지나쳐 형평성을 잃었다며 위헌소송 청구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8일 조세소위, 지난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개정안(대표발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기획재정부도 사실상 찬성했다.

현재는 2018년 1월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라 목사 등 종교인도 근로자처럼 원천징수 방식으로 퇴직소득세를 내야 한다. 앞으로 이 법안이 4월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종교인 퇴직소득세가 급감한다.

안기호 목사.
안 목사는 ‘종교인 과세 완화법’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대형교회 특혜법’이라는 지적이다. 안 목사는 “대부분의 교회 목사들이 받는 퇴직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이런 법안이 처리되는 것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퇴직금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퇴직소득세 계산기를 통해 계산해보면 퇴직금을 많이 받을수록 세 혜택이 커진다. 근무기간을 30년(1989년 1월1일~2018년 12월31일)으로 하고 퇴직금을 3억원 받을 경우, 현재는 직장인·종교인들이 퇴직소득세로 1389만6630만원을 내야 한다. 앞으로 종교인 과세 완화법이 시행되면 종교인이 내는 퇴직소득세는 0원이 된다.(참조 3월31일자 <[최훈길의뒷담화]3억 퇴직금 받는 목사님 세금은 ‘0원’>)

퇴직금 15억원을 받으면 세 감면액이 더 늘어난다. 현재는 퇴직소득세로 2억3551만1200원을 내야 한다. 앞으로 종교인 과세 완화법이 시행되면 종교인 과세 범위가 15억원의 1/30년이 돼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5000만원에 대한 퇴직소득세는 25만3440원에 불과하다. 만약 15억 이상 퇴직금을 받으면 수억에서 수십억원까지 세 감면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두 번째 문제는 종교인 ‘2차 특혜’라는 지적이다. 안 목사는 “현행 소득세도 종교인과 일반인과 형평성이 안 맞는데 퇴직금에 대해서도 이렇게 세금을 줄여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8년 시행된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는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일반 근로자와 달리 필요경비 공제 혜택을 줬다.

종교단체가 스스로 종교활동비(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의 비과세 범위를 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무제한 비과세의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제기돼 위헌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안 목사는 “종교인이 세금 덜 내려고 한다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수록 선교가 힘들어진다. 세금을 덜 내려고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과도 어긋난다. 특혜를 입을수록 교회가 타락해진다. 이번 법안은 종교인들에게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종교인 퇴직소득세가 대폭 줄어든다. 해당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표발의), 민주당 김정우·강병원·유승희·윤후덕, 한국당 김광림·권성동·이종구·추경호, 민주평화당 유성엽 등 의원 10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출처=국세청 ‘2018년 귀속 퇴직소득 세액계산 프로그램’ 결과]
한국납세자연맹, 종교투명성센터가 작년 3월27일 정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 대상은 종교인 과세 내용을 담아 2018년에 시행된 소득세법 및 시행령이다. 시민 613명과 종교인 8명 등 총 621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종교인 중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 도정 스님(제주 남선사 주지),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사회선교사), 안기호 목사(서울 신림동 주님의교회) 등이 참여했다. 일반인이 종교인 과세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적이 있었지만, 종교인까지 참여한 헌법소원은 이 때가 처음이다.[출처=기획재정부, 한국납세자연맹, 종교투명성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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