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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 폭스뉴스, CNN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성사를 원했고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북한이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영어와 한글로 된 2개의 문서를 건넸디. 그 문서에는 미국이 기대하는 바,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응조치와 북한의 경제적 미래, 즉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들이 나열돼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 측이 제시하는 광범위한 비핵화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볼턴 보좌관은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양보로,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라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빅딜’을 수용토록 설득했지만 그들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도 회담 결렬 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현시점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을 꺼린다는 게 딜레마”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은 준비가 됐다며 “올인하라”라고 주문했다고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올인’ 발언은 이 빅딜 문서를 건네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대가로 북한에 ‘미래’를 제시한 것을 과거 정부의 핵 협상과 다른 점으로 꼽으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난 것에 대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지난 회담에서 합의를 성사하려면 많은 역(station)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하노이 회담은 그런 역의 하나였다. 그래서 대통령은 계속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재협상의 가능성과 ‘빅딜’의 성사 가능성을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공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대화창구가 열려있지만 동시에 빅딜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할 것이란 점을 북한에게 강조한 셈이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한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이 요국하는 비핵화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최대의 압박’ 조치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경제제재를 계속하는 것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선박 간 환적을 못 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도 북한을 더 압박하게끔 대화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할 때 제재해제를 얻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볼턴 보좌관은 북·미정상회담 덕분에 김 위원장의 이미지가 정상국가 지도자로 개선됐다는 지적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라고 동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