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신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으로 첫 발을 내딛는 자리에서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중소형 디스플레이 업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로 TV로 공급되는 대형 패널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생산능력(CAPA)이 워낙 많이 늘었다”며 더 이상 덩치 싸움이 먹혀들지 않는 때라고도 부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034220) 등 디스플레이 업계가 아직 춥기만 한 1분기를 보내고 있다. 대형 패널은 TV 비수기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소형 패널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으로 각각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7일 시장조사업체 위츠뷰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판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65인치 UHD TV용 패널 가격만 봐도 지난해 말 354달러를 찍은 이후 1월 343달러, 2월 331달러, 이달 초 315달러 등 하락세다.
TV용 대형 패널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점유율 1위(19%, IHS마킷)를 차지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엔 특히 악재다. 대형 LCD 부문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관련해 대거 투자하는 동안 수익을 내줄 버팀목이다. 이 가운데 중국 업체가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터라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는 커진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긴축 경영을 실시한 이유다.
중소형 패널의 경우 애플 ‘아이폰X’의 부진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뼈아픈 대목이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X에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키로 하면서 함께 수혜를 입으리란 기대가 컸지만 예상과 달리 아이폰X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가동률이 50~60% 수준까지 떨어졌다고도 추정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새로 지은 ‘A5’ 공장 투자 계획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동훈 사장은 “투자는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고객사 수요가 있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 정도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2분기에 들어서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증권가는 내다봤다. 전방산업인 TV 시장은 연말 성수기를 보낸 뒤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 동안 패널 재고 조정을 끝내고 신제품 마케팅, 6월 월드컵 등을 위해 TV 업체가 패널 구매를 늘릴 가능성 때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LCD TV 완제품 평균 크기가 처음으로 43인치를 넘어섰다”며 “완제품 크기가 커지는 추세가 회복된 만큼 TV 패널 대형화도 곧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수요가 회복세를 이끌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상반기 기대작인 갤럭시S9, 하반기 출시될 신형 아이폰 등으로 실적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으리라고 KB증권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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