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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카마로 SS 시승기 - 머슬 쿠페의 허물을 벗은 강렬한 V8 스포츠 쿠페

김학수 기자I 2017.08.15 09:16:06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5,098만원’

쉐보레 카마로 SS의 가격이 공개된 그 순간, 많은 기자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혹자는 5,980만원으로 이해했다가 잠시 후 가격을 재확인하며 더욱 놀라는 표정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두지 못한 것이 큰 한으로 남는다. 그 사진만 있다면 조금 더 ‘오래오래 놀릴감’이 생겼을 텐데…

어쨌든, 출시 직후 광고에서 화려한 드리프트 퍼포먼스를 선보인 탓에 타이어 상태가 좋지 않았던 노란색 카마로 SS를 끌고 카레이서들과 인제 스피디움을 달렸다. 타이어 상태가 다소 마음에 걸렸던 순간이었지만 카마로 SS의 뛰어난 주행 성능과 기대 이상의 편의성을 그리고 미국식 쿠페의 한계 등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쉐보레 카마로 SS 등장과 뜨거운 인기

쉐보레 카마로 SS는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5세대 카마로부터 범블비의 이미지를 앞세워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미국식 쿠페’는 국내에서 쉽지 않다는 평에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6세대는 사뭇 달랐다. 국내 시장에는 너무나 크게 느껴졌던 V8 LT1 엔진을 품은 SS 카드를 꺼내든 쉐보레는 5,098만원이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시장은 이에 반응했고, 당초 한국지엠이 생각한 수량은 하루 아침에 달성해버렸다. 실제 한국지엠이 밝힌 판매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 국내 출시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990대 판매되며 1,000대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쉐보레 카마로 SS

솔직히 말해 쉐보레 카마로 SS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는 차량이다. 그 핵심은 바로 LT1 V8 6.2L 엔진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마로에 탑재된 엔진이 ‘구형’으로 알고 있지만 GM의 LT1 엔진은 GM의 최신 V8 엔진 라인업으로 ‘과거의 LT1 엔진’과는 완전히 다른 엔진이다. 실제로 이 시승기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LT1 엔진을 속칭 ‘사골 엔진’으로 치부하고 있는 이들이 많고, 또 그들이 지식인으로 평가 받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V8 방식의 OHV 엔진에 가변 밸브 타이밍을 비롯한 최신 엔진 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까지 탑재했다. 이를 통해 6,000RPM에서 455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며 최대 토크 역시 4,400RPM에서 62.9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와 eLSD를 통해 후륜으로 출력을 전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에는 단 4초에 불과해 억대를 웃도는 독일산 고성능 모델을 머쓱하게 만든다.

실제 주행 퍼포먼스도 대단하다. 고성능 주행은 물론 일상 주행까지 뒷받침할 수 있는 8단 변속기와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브렘보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 그리고 기자의 시승기에서 그 어떤 것보다 많은 극찬을 받는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탑재되었다. 참고로 쉐보레 카마로 SS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 중 가장 저렴하게 MRC를 경험할 수 있는 차량이다.

이상적인 드라이빙을 구현한 카마로 SS

롱 노즈, 숏 데크의 이상적인 스포츠카 디자인, 낮게 깔린 숄더 라인과 강인한 감성이 느껴지는 휠의 디자인은 카마로 SS가 머슬 쿠페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온 몸으로 과시한다. 대신 그 완성도는 놀라울 정도, 만듦새가 확실히 좋아지면서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나 조립 품질에서도 우수함이 느껴진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클래식한 머슬 쿠페의 감성을 잘 살린 대시보드와 카마로의 레터링이 더해진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었다. 운전 시야는 차량의 디자인을 고려하면 준수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후방 시야와 보닛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카마로 SS을 깨웠다.

개인적으로 시동을 거는 순간은 다소 실망스럽다. 그릉그릉 거리는 듯 V8, LT1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호랑이를 기대했던 기자의 귀에는 고양이의 존재감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아이들링 사운드부터 박력이 많이 사라졌다.

아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나 억제되어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BMW를 비롯해 해외의 다른 브랜드들은 고성능 차량의 사운드를 충분히 살려서 들여오는 반면 유독 카마로 SS그 그 ‘박력’을 너무나 많이 상실한 모습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RPM을 넉넉하게 사용하면서 넘치는 출력과 함께 V8 엔진 고유의 사운드가 작렬한다. 다운사이징 시대에 고귀할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V8 엔진이 마치 ‘내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초에 주파하는 가속력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풍부한’ 충격을 전한다. 게다가 실린더 하나 당 750cc가 넘는 육중한 V8 엔진의 RPM이 상승할수록 쾌감과 폭발력은 V8 엔진을 좋아하는 기자에게는 치명적인 감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변속기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혹자는 운전자의 의지를 100% 반영하지 않고, 변속 시 변속감이 흐릿하다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계적인 변속 속도 및 출력 전달 능력 등에서는 뛰어난 모습이다. 특히 강력한 출력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변속이 되더라도 운전자에게 불필요한 충격을 전하진 않고, 차량 역시 출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아 주행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게다가 RPM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계기판을 통해 스포츠 변속 로직의 작동을 알리고 스포티한 감각을 더욱 증대시킨다. 물론 수동기의 즐거움도 좋고, 또 독일 고성능 모델처럼 ‘변속 시 충격을 의도적으로 살리는 것’도 매력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굳이 미국차를 타면서 그런 불필요한 경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및 하체에는 물음표가 필요 없다. 물론 카마로 SS에 적용된 브레이크 시스템보다 더 좋은 브레이크 시스템도 많겠지만 카마로 SS의 출력을 제어하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시승은 도심에서 이뤄진 만큼 극단적인 제동 상황은 없었지만 서킷에서 그 제동 능력을 십분 경험해왔던 이력이 있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참고로 카마로 SS의 브레이크 성능은 순간적인 제동력은 물론이고 장시간의 서킷 주행과 같이 큰 부하를 입은 상황에서도 우수한 지속성을 과시한다. 덧붙여 특히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에도 차체의 밸런스가 한쪽으로 치우기는 일도 없어서 운전자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

여기에 완성도 높은 MRC는 카마로 SS의 움직임은 이상적으로 구현한다. 1/1000초의 속도로 노면을 파악하고 댐핑의 강도를 조절하는 MRC의 개입으로 카마로 SS는 노면에 따라 최적의 댐핑을 통해 운전자의 드라이빙을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특히 요철 등을 넘을 때 순간 부드럽게 변했다가 빠르게 리범프 되는 그 변화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대목일 것이다.

차량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미국차의 성향을 그대로 답습한다. 이전만큼 둔하진 않지만 무게감이나 유격이 느껴지는 조향 반응으로 시작으로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언더스티어는 아주 잠시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 더 과감한 진입을 시작하면 어느새 오버스티어로 변하면서 운전자를 살짝 긴장시키면서 코너 안쪽을 파고드는 적극적을 드러낸다.

게다가 연비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카마로 SS의 LT1 엔진은 8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작동을 멈출 수 있는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정속 주행 등과 같이 엔진의 부하가 덜할 때에는 4개의 실린더 만으로 출력을 내 연료 사용량을 줄였다. 덕분에 시승 기간 동안 카마로는 리터 당 11km가 넘는 준수한 효율을 과시했다.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아쉬운 것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변속 시의 감각이 크지 않으니 주행 재미로 표현되는 감각적인 갈증이 충족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의 감상이라 기자 입장에서는 단점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운드에 대한 불만은 크다. V8 엔진, 그것도 카마로라는 아이코닉한 존재가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각도가 너무 앞으로 숙이고 있는 점이다. 덕분에 시인성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2열 공간의 아쉬움이 있다. 2+2 구성을 갖춘 카마로 SS의 2열 시트는 말 그대로 명목상 공간이다. 키가 작은 탑승자, 혹은 아이들이 아니라면 2열 공간에서 만족감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위안이라고 한다면 2열 시트의 폴딩 기능이 탑재되어 적재 공간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머슬카 보다는 스포츠 카로서의 신형 카마로

개인적으로 카마로 SS를 요약한다면 ‘완성도 높은 미국식 스포츠 쿠페’로 평가하고 있다. 머슬 쿠페라고 하기엔 너무나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마로 SS는 아직 머슬 쿠페의 아집이 강하게 느껴지는 머스탱과는 사뭇 다른 존재가 되었다.

호불호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기겠지만, ‘자신 있게 키를 쥘 수 있는 차’를 고르라고 한다면 큰 발전 없이 과거를 답습하는 것 같은 머슬 쿠페보다는 세련미를 갖추면서 미국식 감성을 한껏 담아낸 완성도 높은 스포츠 쿠페의 것을 쥘 것이라고 본다.

좋은점: 뛰어난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주행 성능, 합리적인 가격

안좋은점: 2열 공간, 대배기량 엔진에서 오는 세금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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