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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덕 선관위원장과 나란히 수석·차석 차지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서 19대 대통령 선거의 당선자를 공식으로 확인한 김용덕(60·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명의 당선증을 문 대통령을 대신해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받는 바람에 연수원 동기끼리 당선증을 주고받는 장면은 아쉽게 연출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연수원 시절 일등을 다투는 선의의 경쟁자 관계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수석으로, 문 대통령이 차석으로 연수원을 각각 나왔다. 성적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이 수석이었지만 대학생 시절 민주화 시위로 구속된 전력 탓에 차석으로 밀렸다는 게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12기 중 문 대통령을 이어 3등으로 졸업한 우등생이 박병대(60) 대법관이다. 세 사람이 연수원 동기가 된 과정은 공교롭다. 김 위원장과 박 대법관은 사법시험을 21회로 합격했기 때문에 곧장 연수원에 입소했으면 11기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1년 늦춰서 연수원에 입소하는 바람에 동기의 연을 맺었다.
이밖에 12기에는 법조계 거물들이 즐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김창종(60)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김신(60) 대법관, 박시환(64) 전 대법관, 송두환(68) 전 헌법재판관이 문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들이다. 12기는 법관의 최고 명예인 대법관을 4명, 헌법재판관을 2명이나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밖에 황찬현(64) 감사원장과 이성호(60) 국가인권위원장도 12기 중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검찰 쪽으로는 이귀남(66) 변호사와 천성관(59) 변호사가 눈에 띈다. 이 변호사는 2009년 61대 법무부장관을 지냈고, 천 변호사는 같은 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퇴직했다. 인천지검장을 지낸 김수민(64) 국가정보원 2차장도 동기다.
◇ 고 조영래 변호사, 박원순 시장과도 인연
12기 중 재야인사로는 인권변호사 고 조영래 변호사와 박원순(61)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조 변호사는 197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수배 생활로 몸을 피했다가 1980년 늦깎이로 연수원에 입소하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이 닿았다.
성신여대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설립자인 김두식(60) 변호사,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으로 있던 2004년~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박정규(69) 변호사도 동기다. 정치권에는 조배숙(61) 국민의당 의원과 고승덕(60) 전 의원, 이한성(60) 전 의원, 박은수(61) 전 의원이 연수원에서 함께 공부했다.
동기라고 다 좋은 인연으로 얽힌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천 변호사와는 악연에 가깝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2009년 9월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다가 재산증식 의혹이 불거져 사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넉 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천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을 강압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자신의 측근비리를 수사할 특별검사와 함께 임명한 특별검사보 양승천(60)·이준범(59) 변호사도 있다. 이밖에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발생한 ‘판사 석궁테러’ 사건의 피해자 박홍우(65) 변호사, 함승희(66) 강원랜드 사장도 눈에 띈다. 함 사장은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정치인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강원랜드 사장에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 “품성이 맑고 곧은 사람”…동기들과 교류 적어
동기들의 기억 속에 문 대통령은 어떤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 송두환 전 재판관은 연수원 시절 문 대통령에 대해 “품성이 맑고 곧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행동거지가 절도 있으면서도 따뜻했다”며 “나이로 치면 나보다 4년이나 후배였는데 기품 있고 훌륭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고 기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눈에 띄지 않게 자기 할 일 성실하게 해내는 스타일이고 조용하고 정의로운 성품이었다”고 전했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차석으로 수료하고도 시위 전력 탓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한 얘기를 듣고 ‘그런 동기가 있구나’ 정도였지 사실 얼굴도 기억이 없었다”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문 대통령이 내게 직접 연락을 해 와서 변론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연수원 동기와 교류가 활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복수의 12기 출신 법조인은 “문 대통령이 연수원을 나와서 바로 부산으로 내려가서 주로 거기서 활동하는 바람에 연수원 동기 모임을 하더라도 자주 보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연수원 12기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사법시험 22기 합격자는 15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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