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안철수 “사회변화에 일조하겠다”

신혜리 기자I 2011.09.02 08:54:09

“사람들과 끊임없이 사회문제 공유해 변화에 일조할 생각”
“시민은 자유롭게 비판하고 공무원·정치권이 대안 만들면 돼”
“대기업, 상생할 실력 아직 안돼, 인사평가 구조부터 바꿔야”

                     
 
[이데일리 신혜리 기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해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지난 8월 29일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 원장은 정치권 진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확답보다는 여운을 남겼다. 그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아무리 높은 자리라도 혼자 들어가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나오면 그거야 말로 인생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제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그에 대한 확신이 안들면 못하는 것"이라며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정당에 가입해서 특정 정당을 지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존) 정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 "뭐라고 평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규합과 관련해서도 "정치가 바뀌려면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모두 생활인들이어서 직업 등 모든 걸 버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적다고 본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그러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은 언제나 흐름이 있고 바뀌게 되어 있다. 시기의 차이일 뿐"이라며 "그 과정에서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영웅이 되는 것이지 영웅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하고 있는 청춘콘서트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가지 직업 선택 과정에서도 어떤 선택이 더 많은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산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식인이라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비판해야 한다. 대안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비열한 논리”라며 “시민은 자유롭게 비판하고 시민이 월급을 주는 공무원과 정치권이 대안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안철수 원장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함께 3년째 전국을 돌며 개최하고 있는 청춘콘서트는 “곧 막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청춘콘서트는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한국 청춘들의 얘기도 들어주고 조언도 하고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 ”지식인이 손해 감수하고 비판해야 변화 가능“

안 원장은 지식인의 용기있는 사회 참여도 주문했다. 그는 "지식인이라면 손해를 감수하고도 아닌 것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사회가 변한다”고 했다.

그는 “대안없이 비판하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는 비열한 논리”라면서 “시민은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시민이 월급을 주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대안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는 내 성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격에 맞는다해도 나 혼자 들어가서는 뭔가를 바꾸기 어렵다. 아무리 높은 자리라도 혼자 들어가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나오면 그거야 말로 인생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춘 콘서트가 곧 막을 내리긴 하지만 끊임없이 사람들과 함께 사회의 문제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사회의 변화에 일조할 생각”이라며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해 어떤 방식으로든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는 또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은 어릴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생겼는데 문명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작은 역할이라도 사회에서 맡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 꿈은 여전히 같다.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직접 쓴 책, 안철수연구소 조직, 가르친 학생, 했던 이야기 때문에 운명이 바뀐 사람들 등 모두가 흔적이다. 이름을 남기고 싶지는 않지만 흔적을 남기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직업을 바꿀 때 흔적을 많이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국내 대기업들은 스스로 척박한 구조 만들고 있어”
 
안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문제가 곧 청년들의 취업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이 힘을 못받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로 대기업을 고집하고 있고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어떻게 상생구조를 만들고 있는 지 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런 걸 보면 아직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상생을 할 실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하는 상생도 자선사업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기들 주위에 생태계를 만드는데, 자회사나 하청업체가 아니고 완전히 남인 업체들인데 그 업체들이 ‘저 생태계에 들어가면 우리가 얻는 게 있겠다’ 싶어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연합군이 되는 겁니다.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기업과 맞붙는데 우리 대기업들은 생태계가 아니라 스스로 척박한 상황을 만들어서 홀홀단신으로 서있습니다. 그게 대기업들의 책임이기도 한데 오히려 스스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겁니다.”
 
안 원장은 대기업들이 스스로 척박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이유로 단기적인 시각을 꼽았다. 매분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다보니 2~3년을 내다보지를 못한다는 의미다. 안 원장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 상생하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마음은 상생을 하려고 하는데도 몸이 안따라 오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안 원장은 대기업의 인사 평가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일하는 책임은 임원이나 팀장이 갖고 있는데 그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상생을 하면 중소기업들은 좋지만 자기는 옷을 벗어야 하는데 그게 되겠습니까.”
 
안 원장은 나아가 “정부도 불법적인 것은 단속을 해야한다”면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대기업들도 상생을 신경쓸 인센티브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책임론도 꺼내들었다. 그는 “이런 구조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중소기업간의 과당경쟁”이라며 “이른바 정부에서 나오는 눈먼 돈들 때문에 부실한 중소기업이 빨리 정리가 안되고 과당경쟁이 지속된다”며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진정한 융합 원한다면 대학내 구조부터 바뀌어야”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원장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은 대학의 학과간 벽이 너무 높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전공과 전공 사이의 벽이 너무 높아 융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연구는 물론 상업적인 제품까지도 융합적인 시각으로 건너오다 보니 이제 우리도 융합 연구를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융합을 쉽게 표현하자면 ‘경계에 대한 관심’이다.

그는 “예전에는 하나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사회를 바라봤다면 이제는 3차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시대”라면서 “한 가지에 집중된 것이 아닌 주변과 경계에 대한 것을 함께 보는 것이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정한 융합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내 구조가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내 대학들은 서로 교류가 차단돼 있어 융합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 분야의 교수가 다른 곳을 가려고 해도 허락되지 않고, 사람을 채용할 때도 한 과에서 중심적으로 뽑다 보니 융합의 구조가 형성되지 못합니다. 정부에서도 융합에 대한 관심이 많고 융합연구에 적극 지원한다고 합니다만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구비는 결국 과 중심으로만 치우칠 것입니다.” 

안 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앞으로 융합연구비를 지원할 때 교수의 능력만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융합이 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제대로 반영하는 지 평가해야 진정한 융합연구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담=이진우 뉴스편집팀장, 정리=신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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