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킹이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허술한 관리 실태가 드러난 정부 행정 전산망이 그 전에 해킹에도 뚫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범정부 업무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에 지난 7월 중순 외부 컴퓨터(PC)에서 접근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정자원 화재 이후 3주가 지났어도 당시에 중단된 시스템의 복구율이 52%에 불과한 상황에서 해킹까지 확인돼 정부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게다가 정부는 해킹당한 사실만 확인했을 뿐 해킹을 통해 누구에 의해 어떤 정보가 어떻게 어디로 유출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누군가가 정부원격접속시스템(G-VPN)을 통해 온나라시스템에 접근한 사실을 알아냈다. 해커는 그 과정에서 온나라시스템에 접속할 때 필요한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인증서는 유효기간이 남은 3건을 포함해 모두 650건으로 파악됐다. 이를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소스코드도 유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해커는 다양한 경로로 비밀번호까지 확보해 이용했다고 한다. 그 해커가 개인인지 집단인지, 집단이라면 북한 해킹 조직과 관련이 있는지 등은 오리무중이다.
온나라시스템 해킹 정황은 이미 지난 8월 미국의 보안 전문 매체 ‘프랙’이 보도한 사안이다. 정부는 이후 두 달 만에야 해당 보도가 사실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런 굼뜬 대응이 정보 유출 피해를 키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그사이 전화인증을 추가하는 등 접속 단계의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하지만, 그런 대응에서 해커보다 빨리 움직였는지는 의문이다. 디지털 보안 분야에서는 사고나 해킹을 쉬쉬하기보다 사실을 신속히 공개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대응도 범사회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 1위의 전자정부’로 자부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평가에서 실제로 몇 차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주로 ‘정부24’ 등 온라인 대국민 서비스가 높은 점수를 받은 덕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체계 위에 아무리 그럴싸한 전자정부 기능을 쌓아봐야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는 사상누각임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