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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금리 인상 행렬은 금융당국의 조치 때문이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3일 국내 17개 은행 부행장과 함께 가계부채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15일부터 은행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관리실태에 대해 종합점검을 할 예정이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이행의 적정성, 자체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과 관리 실태 등을 점검하고 점검결과 나타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감독 권한’을 무기로 은행권을 압박한 결과물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강조하며 점검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계대출을 줄이지 않으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일종의 ‘협박’으로 들린다. 은행권의 금리 인상 러시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시점을 2달 연기했다. 스트레스 DSR을 100% 적용하는 시점도 7개월이나 늦췄다. 부동산 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은 금융당국의 결정이지만, 책임은 오롯이 은행에 묻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금리를 올린 이후 늘어난 이자 수익을 두고 책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 은행권이 사상 초유의 순이익을 기록하자 ‘고금리 이자장사’란 공격을 받았다. 결국 은행권은 ‘상생금융’이란 용어를 사용해 2조원 이상을 토해냈다. 그 자금의 대부분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이자 일부를 환급하는 데 쓰였다. 이자는 차주 모두가 냈지만, 환급 혜택은 일부에게만 돌아갔다. 이런 탓에 총선용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절반이나 남은 시점에 자의든 타의든 금리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순익 개선이 전망된다. 올 상반기도 예상을 웃도는 순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8조9333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 (9조3573억원)보다 4.53%(4240억원) 줄어든 수준이나, 홍콩 ELS 충당금 1조2334억원을 제외하면 10조1667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다. ELS 배상금은 줄어들 여지도 있어 충당금 중 일부가 환급되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태세다.
은행권이 올해도 역대 최고치 순익을 기록한다면, 금융당국이 ‘고금리 이자장사’를 했다고 또 다시 비판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