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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70대 노모를 자신의 집에서 홀로 부양해 왔다.
당뇨를 앓던 노모는 당초 스스로 밥을 챙겨 먹을 정도로 일상 생활이 가능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거동도 못 할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 하지만 A씨는 다른 형제들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28일부터 9일간 15회에 걸쳐 모친의 머리와 배, 가슴 등을 때리고 옷을 잡아당기는 등 학대 행위를 벌였다.
2월 2일, A씨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서던 노모가 발이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이후 모친은 혼자 걷지 못하게 됐고 혈색도 나빠졌다. 다친 오른쪽 허벅지는 눈에 띄게 부어 올랐지만 A씨는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사고 나흘 만인 6일 새벽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A씨가 어머니를 고의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평소 A씨가 어머니를 케어하기 위해 방 안에 달아둔 가정용 폐쇄회로(CC)TV 영상을 들었다.
영상에는 숨을 거두기 전날인 5일 밤늦게 집에 들어온 A씨가 그제야 어머니의 상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간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어머니 옆에서 무엇인가 속삭이다가 그의 얼굴을 쓰다듬고 껴안았고, 자정이 넘자 미음을 먹였다. 새벽 2시가 지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A씨는 어머니의 등과 가슴을 수차례 두들기고 심장 박동을 확인했다. A씨는 어머니의 곁에 누워 꼭 껴안기도 했다. 새벽 3시 30분쯤 어머니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알고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다. 어머니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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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대가 이뤄지던 기간에 A씨가 노모에게 식사와 과일을 빠짐없이 제공하고, 하루 한 번 이상 샤워를 시키며 간이 변기의 용변을 정리하는 등 기본 부양 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A씨가 모친을 고의로 방치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고,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죄로 판단된 A씨의 일부 학대 행위에 대해서 재판부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도 “거동이 불편한 모친을 홀로 부양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반될 수밖에 없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순간 참지 못해 일어난 범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모친의 유족 중 일부가 A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낸 것도 양형에 참작됐다. 검찰과 A씨는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1심 판결에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