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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부자이냐, 이번 특례 불발이 어떤 혼란을 초래할지에 대한 고민은 우선 두고, 문제는 앞으로 예상되는 국회에서의 공방입니다. 종부세율 인하와 법인세 완화 등 굵직한 세법 개정이 줄줄이 예고됐는데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종부세 완화는 부자 감세일까
지난 1일 국회에서는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금액을 공시가액 기준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한시 상향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의 논의됐지만 결국 처리가 불발됐습니다.
올해에만 1주택자는 공시가 14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법안인데 야당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시세로 치면 2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 아파트를 가진 사람까지 세금을 면제할 필요가 있냐는 이유에서입니다.
‘종부세 완화=부자 감세’란 문제를 차지하고 이번 특례 도입 불발로 손해(?)를 입게 될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기획재정부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보유주택 공시가가 11억~14억원이어서 올해 면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은 9만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반기 남은 기간 특례가 도입될 순 있지만 통상 종부세 특례 대상을 선정하는 9월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종부세 1주택자 특례를 적용할 경우 발생하는 세수 감소 규모는 1171억원이라고 비용을 추계한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해당 구간 대상자를 9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1인당 130만원의 세제 혜택이 사라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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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종부세는 정말 부자들만 내는 세금일까요? 종부세는 2005년 도입됐습니다. 종부세법 제1조에서는 종부세 도입 이유에 대해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해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이라고 규정합니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10여년 전인 2010년만 해도 종부세 결정인원은 25만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101만명으로 4배 급증했습니다. 국내 총인구(인구주택총조사 기준) 비중도 같은기간 0.5%에서 2.0%가 됐습니다. 여전히 상위 소수에 해당하지만 일반적으로 한집에 사는 가구원들이 3명 안팎이라고 가정하면 300만여명이 종부세 영향을 받는 꼴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급등하면서 종부세 과세 인원이 크게 늘었고 종부세율까지 두배 가량 올라간 점도 부담입니다.
이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서 올해 종부세 수준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종부세 완화를 두고 ‘부자 감세’가 아니라 ‘정상화’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 특혜일까
종부세 특례도 현안이었지만 더 큰 고민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 발표한 세제 개편안의 통과 여부입니다. 세법 개정안은 시행령과는 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야’ 형국이어서 야당 협조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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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서도 화두는 종부세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최고 6.0%까지 높였던 종부세율을 2.7%까지 낮추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주택수가 두채 이상이면 세금이 중과됐지만 개정안은 주택수가 아닌 주택가액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사실상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습니다.
가격이 높은 일명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종부세 부담을 회피하는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방안이지만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두고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당도 종부세 완화에 대해선 공감대를 갖고 있는 만큼 협의 가능성이 있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난항이 예상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법인세율 완화를 ‘대기업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주자로 뛰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급하지도 않은 3000억원 영업 이익을 초과하는 대기업 세금을 왜 깎아준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국회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세제 완화 정책이 기업·민간 주도의 경제 활성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대안 없는 논쟁이 이어지면서 정작 납세자인 국민들의 혼란이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앞으로 있을 세법 개정안 논의를 계속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