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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러 전차, 우크라 전장서 맥 못추는 이유

김관용 기자I 2022.03.28 08:30:52

[현장에서]
러시아 전차부대, 대전차 화기에 '무기력'
방호체계 갖췄는지 의심, '방산비리' 가능성도
야지기동 안해 전력 노출, 전술도 비정상적
우리軍 K2, 방호체계·제병협동으로 방호력↑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이목을 끌었던 장면 중 하나는 러시아 전차의 ‘무력함’이었다. 러시아 전차가 우크라이나의 대전차 화기에 파괴되거나 시민들에게 노획되는 장면들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전 세계로 관련 영상이 퍼지면서 세계 최강 수준이라고 평가받던 러시아 전차 부대는 체면을 구겼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러시아군 전차가 불에 타거나 버려져 있다. (사진=AFP)
러시아 전차부대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무기는 미국의 대전차 유도 미사일인 ‘재블린’(FGM-148 Javelin)이다. 재블린은 사거리가 2.4㎞ 정도여서 매복 공격이 용이하다. 전차의 취약 부분인 상부도 타격할 수 있어 러시아군 기동을 지연시키는 주요 방어무기로 활약했다. 러시아군은 현재까지 300여대의 전차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차 무기에 당한 러 전차들

최근 전차를 생산하는 주요 국가들의 전차는 3세대 이상으로 평가받는 모델이다. 이들은 대전차 화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호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러시아 전차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5년 4세대 전차라고 평가받는 ‘아르마타’ 전차도 개발한 국가다.

비용 등의 문제로 아직 양산은 못하고 있지만, 아르마타는 최고 시속 80㎞이상으로 현존하는 전차 중 가장 빠른 속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무인 포탑에 레이더 탐지도 어려운 스텔스 기능이 적용돼 있다. 특히 직접 대전차 무기를 타격하는 ‘하드킬(Hard-Kill)’ 방식의 능동방호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물론 전차의 완벽한 방호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에 참가한 러시아 전차들엔 ‘소프트킬’(Soft-Kill) 방식의 최소한의 방호체계 조차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킬은 적 화기로 부터 연막탄 등을 발사해 회피기동을 하는 유도교란형 능동방호체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러시아군의 ‘방산비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군 한 장병이 북부 키이우 지역에서 대전차 무기(NLAW)를 들고 참호를 따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게다가 러시아군의 전차 운용 방식도 이상해 보인다. 현대전에서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병·기갑·포병·항공 등 다양한 병과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제병협동’이 기본이다. 전차부대 진격에 앞서 제공권 장악을 바탕으로 공습과 정찰, 공대지 공격 최소화 등 전차가 진격하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전차들이 우크라이나 대전차 화기에 파괴되는 영상들을 보면, 제병협동 전술없이 전차들이 일렬로 이동한다. 또 야지가 아닌 포장도로로 진격하면서 대전차 화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봄이 되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일명 ‘라스푸티차’로 전차의 야지 기동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활한 보급도 이뤄지지 않아 전차 연료 부족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전차 개발 검토해야

우리 군의 전차 운용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제공권 장악을 위한 항공 전력과 자주포 및 박격포 등 중장거리 포병 전력이 적진에 먼저 공격을 가한다. 이후 전차는 보병들을 태운 장갑차의 호위를 받으며 진격한다.

기동 중에는 정찰 드론과 공격 헬기 등 공중전력의 도움을 받는다. 개전 초기 육군 전방군단들이 방어선 구축에 주력할 때 기계화보병사단 중심의 7기동군단만 북으로 진격한다. 그래서 군단의 경례구호가 ‘북진’이다.

특히 현재 우리 군의 주력 전차는 K2전차다. 3차 양산이 진행 중으로, 4차 양산도 결정돼 소요검증과 사업타당성 조사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군 주력 전차인 K2전차들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K2전차는 방호용 레이더와 레이저 경고 장치, 유도교란 통제장치, 각종 발사 장치, 복합 연막탄 등 소프트킬 형식의 능동방호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적 대전차 유도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이를 감지해 미사일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즉시 복합연막탄을 발사해 미사일을 교란하고 신속하게 회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는 수출용 K2전차에는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응탄을 발사해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하드킬 능동방호시스템도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전력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훈련이 뒷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무기개발은 ‘창과 방패’의 역사다. 전장을 뒤흔드는 강력한 무기가 등장하더라도 이를 저지하는 또 다른 무기와 전략·전술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대전차 화기에 더해 드론과 헬기에도 대응 할 수 있는 차세대 전차 개발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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