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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를 정해준다고 해서 생산이 곧바로 되는 건 아니다. CMO 회사와 백신 개발사가 가격과 물량, 품질 등 구체적인 협의는 따로 진행한 후에 실질적인 백신 생산이 가동된다. 협의가 잘 되지 않으면 공장은 계약기간 동안 비워두게 되며, CEPI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서는 CEPI와 CMO 계약을 맺은 업체는 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6월 CEPI와 시설사용계약(Capacity Reservation)을 체결했으며, 계약금과 계약기간, 예약 공장 라인 규모는 비공개다. 2개월 후인 같은 해 8월 CEPI가 개발비를 지원한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 코로나 백신 공정 개발과 생산, 글로벌 공급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생산을 진행 중이다. 노바백스는 미국과 유럽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3분기에 신청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노바백스 백신은 대량생산을 해도 품질이 일정하고 문제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상업적 규모의 제품 시험생산(PPQ)을 계속하면서 허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만 나오면 대기하던 모든 시험생산 물량이 상업용으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CEPI가 예약한 공장 라인 중 아직 대기 중인 곳도 있으며, 노바백스 백신 이외에도 추가 수주 가능성도 남아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CEPI가 백신 생산라인을 하나만 예약한 게 아니다. 노바백스 생산 라인 말고도 남아있는 라인이 있으며, CEPI가 후원한 백신이 추가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10월 CEPI와 CMO 계약 체결 이후 아직 백신 개발사와 구체적인 협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CEPI에게 받은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계약기간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다. 녹십자가 맡는 부분은 코로나 백신 5억 도즈의 충진·포장 단계인 DP 생산이다.
CEPI가 후원한 코로나 백신 글로벌 개발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모더나, 이노비오, 클로버바이오, 큐어백이 있다.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DS(원료생산), DP 모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져갔다. 모더나의 DP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담당한다.
이노비오는 아직 임상 3상 초기이며, 진원생명과학(011000) 미국 자회사 VGXI가 생산을 맡기로 했다. 중국 회사 클로버바이오 역시 임상 3상 단계이고, CMO는 자국인 중국 현지 회사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녹십자가 CEPI 물량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남은 개발사는 큐어백이다. 큐어백은 GSK와 mRNA 백신을 공동 개발했으며, 유럽의약품청(EMA)이 6월 중에는 승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GSK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란 점에서 녹십자가 DP 물량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녹십자 관계자는 “CEPI는 자신들이 후원한 백신 개발사, 자신들이 계약을 맺은 CMO 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녹십자는 CEPI가 후원한 개발사들과 본계약을 위해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CEPI 계약이 시작되는 기간에 공장이 가동돼야 되는 건 아니다”며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은 CEPI가 목표로 잡은 기간이고, 계약기간 변동은 충분히 가능성 있다. 아직까지 최종 결정된 계약은 없는 상황이라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