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간질환은 발생시 사망률이 높고 질병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인 치료비용 부담 또한 막대하다. 때문에 증상이라도 있으면 알아차릴 수 있어 좋겠지만 간은 많이 손상되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침묵의 장기’다. 한국인의 간질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B형간염에 대해 송명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혈액·체액 통해 감염…일상적인 접촉으로 전염 안돼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며,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만성 B형간염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4%가 현재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며, 국내 간염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B형간염은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음식이나 식기를 통해서는 거의 전염되지 않는다.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되므로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의 일상적인 접촉이나 입맞춤 등으로는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는다. 대부분 산모에서 신생아로 수직 감염돼 발생하는데, 이 경우 B형간염에 걸린 신생아 중 90% 이상이 만성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신생아 B형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B형간염 산모를 관리하고 신생아의 B형간염 접종비 및 검사비를 지원해주는 B형간염 주산기 감염 예방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B형간염 환자와의 성접촉, 비위생적인 시술(문신, 침, 피어싱 등), B형간염 환자와 면도기, 칫솔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도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B형간염 간암·간경변 등 발생확률 높여
만성 B형간염 환자 중 5.1%는 1년 이내에 간경변으로 진행되며, 5년 이내에는 23%가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간경변이란 간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간경변으로 한 번 진행되면 치료를 통해 상태를 호전시키거나 진행을 막을 수는 있지만 다시 정상 상태의 간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또한 간암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2만 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B형간염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중 본인이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약 25%로 B형간염에 감염돼 있는 사람의 대다수가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
B형간염 치료제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경구용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e항원이 혈청 전환된 뒤 치료를 중단할 경우 2년 이내에 40~50%의 환자가 B형간염이 재발하며, 그 중 절반 가량(44%)은 간염이 심하게 악화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는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B형간염 치료제로 B형간염이 완치되는 경우가 있으나 극히 일부이며, 치료를 통해 간염의 진행을 막고, 간경변이나 간암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B형간염 치료제는 각 약물마다 효과, 부작용, 내성 발생률, 재발 가능성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