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유한) 태승 김예니 변호사] 상속재산분할을 위해 치매 어머니의 성년후견인을 선임해도 상속재산분할협의나 매매를 위해서는 별도의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이상속 씨의 남매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아버지 생전에 재산을 많이 받고, 상속재산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까지 받은 이상속 씨의 형이, 남은 재산도 자신이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다. 이에 이상속 씨는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했는데, 이상속 씨의 어머니가 치매인 상황으로 어머니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상속 씨는 어머니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에서는 공정한 제3자인 전문가 후견인을 어머니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이상속 씨의 형이 아버지 생전 상속재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 만기가 도래했고, 이상속 씨의 형은 이를 변제할 능력이 없어 상속재산에 대한 경매가 실행될 위기가 닥쳤다.
이에 이상속 씨 남매들은 이상속 씨 형의 채무를 먼저 갚아주는 조건에 대해 협의하면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고, 상속재산의 매수자를 물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매수자가 나타나서 이상속 씨 남매들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마치고 매매계약을 수일 내에 체결하려 하면서, 성년후견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 과연 성년후견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동의하고 상속재산 매각에 협조할 수 있을까.
◇성년후견인은 법원 허가 없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나 매매에 협조할 수 없어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의사능력이 결여된 상속인이 있는 경우, 다른 상속인들은 성년후견인만 선임하면 상속재산분할 협의 등 모든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 대신 모든 일을 결정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돈을 빌리거나 보증을 서는 등의 의무만을 부담하는 행위, 부동산 처분 또는 담보 제공 행위, 상속 포기, 상속재산분할협의, 소송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원에 별도의 허가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이상속 씨의 상속사례처럼 상속재산을 처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성년후견인은 이러한 사정을 법원에 알리고 법원에 권한초과행위에 대한 허가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이때 공동상속인들이 주의할 점은 성년후견인이 법원에 권한초과행위 허가 심판을 청구해도 결코 하루 이틀 만에 법원의 결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이 필요한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들은 적어도 수개월 전에 성년후견인에게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재산매매 등의 권한초과행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야 하고, 성년후견인은 이러한 권한초과행위가 피성년후견인의 복리를 위하는 것인지에 대해 일차적으로 판단해 이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구할 것이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에 이러한 사정을 설명해 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나, 이와 같은 상황은 예외적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성년후견인의 상속재산분할심판 수행에도 법원 허가가 필요해
성년후견인은 공동으로 상속받은 상속재산분할협의나 처분뿐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수행하거나 상속재산분할심판의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상속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상속개시 후 지체없이 성년후견개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좋다. 성년후견인이 지정된다고 하여도 성년후견인이나 성년후견인이 선임한 소송대리인이 소송을 이어받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