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어제 5대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회의를 갖고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신용대출 문제를 논의했다. 월 증가폭으로 지난달 사상 최대를 기록한 신용대출의 증가 속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신용대출의 최근 증가세는 금융당국이 충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지난 10일 현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4172억원으로 8월 말 잔액(124조2747억원)에 비해 열흘 사이에 1조1425억원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9월 전체 신용대출 증가폭은 지난달 수준(4조755억원)과 비슷할 수 있다.
금융계는 신용대출 급증의 주 원인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있다고 본다. 주택구입용 대출을 억제하다 보니 신용대출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데다 바뀐 임대차법의 영향으로 전셋값마저 폭등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 신용대출 창구라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증시가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빚투’(빚을 내서 주식 투자)사례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19 위기가 길어지면서 생활고에 쫓겨 신용대출에 의지한 서민과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신용대출 급증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담보 없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일시에 상환 불능에 빠지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후유증은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위기 차단을 위해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조이거나 대출금 조기 회수에 나설 경우 차주들의 생계는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부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상환 능력 이상의 과도한 대출을 최소화할 금융 당국의 정밀한 심사와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이유다.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헛발질을 했음에도 불구, 낙관론을 고집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긴 희망 고문이야말로 신용대출 증가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가계부채가 국제결제은행(BIS)조사에서 올해 1분기 기준, GDP(국내총생산)대비 97.9%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음을 정부는 잊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