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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건 알아야해]`사법입원제` 찬반 여전한데, 정부 조현병 대책은

최정훈 기자I 2019.05.04 08:45:00

진주아파트 사건후 2주…잇단 조현병사고에 희생자 3명↑
정부 대책 마련 나서…"실태 파악 후 관리대책 마련"
사법입법제, 찬반 갈등…"사법판단"vs"지역돌봄 우선"

진주 방화·흉기 난동 피의자 안인득(42)이 25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조현병을 앓던 아파트 방화 살인범 안인득(42)이 5명의 사망자와 13명의 부상자를 낸 지난달 17일부터 2주가 지났습니다. 희생자 중엔 12살 아이까지 있어 큰 충격에 빠뜨렸던 이 사건으로 조현병 환자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2일 정부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 뒤 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인득 사건 이후 2주 만입니다. 추가 정신질환자의 사건으로 이미 3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온 뒤였습니다.

지난달 24일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 장모(18)군이 이웃에 살던 김모(74)씨를 살해했습니다. 조현병 환자인 장군은 올해 2월까지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같은 달 25일에는 경북 칠곡에선 조현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A(36)씨가 같은 병원에 입원해있던 환자를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27일 부산 사하구에서는 보건소 요청으로 행정입원 후 퇴원한 서모(58)씨가 친누나를 살해했습니다.

2주 만에 8명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정신질환자의 살인 사건이 끊이질 않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환자에 대해 일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경찰청도 지역사회 문제발생소지자와 반복 위협행위자에 대한 일제점검을 이달 26일까지 진행 중입니다. 정부는 일제점검 후에 고위험군과 비협조 또는 미흡자, 현재 미등록이지만 관리 필요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대상별로 관리대책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정부의 대책과는 별도로 일각에선 사법 입원 제도를 도입해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법 입원 제도란 직계혈족에다 4촌 이내 친족이나 동거인도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신청하고, 법원 등 사법기관이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의료계에서 사법 입원 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행 강제 입원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서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해 지자체장이 정신의료기관에 3개월간 강제 입원시킬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응급 입원시키는 경우에도 경찰과 의사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고 3일간 입원하는데 그칩니다.

의료계는 또 강제입원 자체를 인신구금으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행정소송 염려가 있어 병원이나 경찰이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신질환자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입원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강제 입원하는 건 인권 침해라면 사법적 판단으로 입원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까다로운 강제 입원 절차는 비용이 들지 않는 인권보호 방안일 뿐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신장애인단체는 그러나 강제입원으로만 정신질환자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와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정신장애 인권단체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으로 구성된 ‘정신건강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본적 문제는 정신건강 문제의 위기 관리를 ‘강제입원’으로만 귀착시키려는 것”이라며 “강제입원을 경험한 환자들은 다양한 억압들(강제적 약물복용, 격리·강박, 신체·통신의 자유 박탈 등)로 인한 상처를 토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이어 “진주 사건의 경우에도 정신과 약물을 끊은 것이 원인이라기 보다 고립된 채 살아가는 사람을 위해 지역사회 연결고리를 마련해주는 서비스쳬계가 결여됐다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신적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위기쉼터, 동료지원 등의 서비스를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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