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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銀 1년, 엇갈린 희비]②카뱅, 연내 흑자전환 순항…케뱅은 ‘증자’조차 안갯속

박일경 기자I 2018.03.28 06:00:00

<한해 성적 ‘극과 극’인 까닭>
카뱅, 두 차례 증자로 1.3조 확보
現 손익분기점 대출액 6.1조 근접
카뱅 주주 9개사 신속한 의사결정
빠른 자본금 확충으로 혁신 성장
케뱅, ‘주주간 불신’에 3500억 그쳐
케뱅 주주 20개사, 이해관계 첨예
1차 이어 2차 증자서도 이탈 우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전상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년을 맞으면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은행권에 ‘디지털 금융’ 경쟁을 촉발했다는 긍정적 평가에 무게가 실리지만 아직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을 확신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양상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카카오 쏠림현상’을 낳고 있다. 카카오가 독점하다시피 한 인터넷전문은행 시장구조가 고착화되면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작업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력하는 ‘중금리·중신용자 대출’이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후발주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투자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적자지만…케뱅 흑자전환엔 4년 소요 “운용자산 3.4조 도달해야”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각각 601억원, 668억원 적자로 공시됐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나란히 6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자산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작년 9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자산은 1조1238억원인 데 반해 카카오뱅크는 4조1118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차 만인 연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흑자전환을 위한 평잔 기준 대출액을 6조1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지난달 말 이미 카카오뱅크의 대출잔액이 5조5100억원에 도달한 만큼 흑자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다.

반면 케이뱅크는 흑자전환까지 앞으로 4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의 연간 고정비용은 정보통신(IT) 관련 800억원과 인건비(목표 임직원수 180~200명) 200억원 등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대손비용을 차감한 순이자이익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운용자산 3조4000억원’을 달성해야 가능하다. 지난달 말 현재 케이뱅크는 여신 9700억원과 수신 1조2100억원으로 여·수신 합계액이 2조1800억원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신 및 수신 성장세를 감안할 때 최소 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4년간 5800억 유상증자 필요한데…K뱅크 증자에 소극적인 주주 ‘각자 다른 생각’

카카오뱅크는 급격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발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5000억원 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5000억원을 추가해 납입자본금 총 1조3000억원을 마련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총 자본금 3500억원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약 5분의 1 수준이다. 자본금 2500억원으로 시작해 작년 9월 10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으나 이후 증자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백 연구원은 “4년간 쓰일 일반관리비 4000억원, 4년 뒤에 준비할 자기자본 3000억원을 고려하면 앞으로 약 5800억원의 유상증자가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출범 당시 케이뱅크는 업계 1위 주주 구성을 통해 카카오뱅크 못지않은 연합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자신했다. 유·무선 플랫폼강자 KT를 비롯해서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한화생명, GS리테일, KG이니시스, 다날 등 금융·유통·보험·결제회사들이 연합한 시너지로 온-오프의 다양하고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혁신을 일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미래 비전이나 경영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새어나오며 주주사의 동상이몽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지난해 실시한 1차 유상증자에서는 일부 주주사가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불참 의사를 밝힌 다날을 설득해 마음을 돌렸고 부동산 개발 및 마케팅 기업인 MDM을 신규주주로 끌어들이면서 힘겹게 증자의 벽을 넘었다.

이번 2차 유상증자에도 주주 이탈 우려는 반복되고 있다. 당초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까지 150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추가해 ‘케이뱅크 2.0 시대’ 도약을 계획했으나 올해 1분기(1~3월)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매번 20개 주주의 지분율대로 주식을 배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 가운데 주주사들에게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케이뱅크의 2차 유상증자에도 주주사들의 참여가 불투명해 실권주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증자 과정을 보면 주주 간 시너지가 잘 진행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주 구성원이 많고 자본조달력의 차이라는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주요 주주들이 초창기 때와 생각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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